여전히 넘어야 할 산들 ①친명-비명 통합부터…존재감 내기 쉽지 않은 비명계 ②범진보권 넘어 국민 통합도 과제…'중도행보' 강화 ③'사법 리스크' 여전…"재판 받아야" vs "당선시 중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결정되면서 집권 기회를 잡게 된 더불어민주당이지만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당 내부적으로는 친명(친이재명)-비명계 통합, 외적으로는 범야권·국민 통합이 필요하다. 후보 본인으로 눈을 돌리면 아직도 '사법 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이다.다만 이번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 내란 사태와 헌재의 파면 결정으로 인해 치러지는 만큼, 이재명 대표가 이를 헤치며 대권 가도를 걷는 데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는 분석도 나온다.일단은 '당내 통합'부터…"정권 교체 필요 커, 크게 어렵지 않을 듯" 먼저 거론되는 과제는 당내 친명-비명계의 경쟁과 갈등이다. 지난 2023년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 이후 22대 총선에서의 '공천 학살' 등이 이어지면서, 민주당 내 비명계 인사 대부분은 주도권을 잃거나 당을 떠났다. 대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비명계 잠룡으로 꼽히는 주자들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이다. 이들은 이 대표의 '중도보수' 노선 선언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등, 현 민주당의 방향성에 대해 꾸준히 비판을 해 왔다.따라서 민주당이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이들을 어떻게 끌어안을지가 첫 번째 과제로 지목된다.지난 대선에서 이 대표가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로 석패한 원인 중 하나로 친문계와 친명계 간의 유기적 화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오는 탓에, 이번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반드시 풀고 갈 숙제로 꼽힌다.다만 비명계의 존재감이 우려할 수준으로 크지는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이후 극우 세력의 결집 등으로 야권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을 겪은 만큼 노모의 ‘마지막 선택’ 그리는 김환영 작가 좌우대립 풍파 시달린 90평생 끝자락 밭 매고 곡기 끊어 죽음 주도적 준비 “그림책 만들어 어머니 방에 두고파” ‘어머니의 마지막 선택’을 그림책으로 옮기고 있는 김환영 작가가 지난달 19일 충남 보령 자택 작업실에서 ‘샌드(sand·모래)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 어머니의 얼굴 앞에 섰다. 작가는 “인물로 그리려니 감정이 일어나고 힘들어” 어머니를 쥐의 모습(어머니는 쥐띠)으로 형상화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사라락 모래가 떨어지자 어머니가 나타났다. 아들의 손이 모래를 흘려 윤곽을 잡았다. 모래를 한 줌 뿌려 면을 채웠고, 손가락을 붓처럼 밀어 선을 다듬었다. 뺨과 턱과 품이 형태를 갖췄다. 아들은 2021년 10월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이 준비한 그의 초대전에서 ‘샌드(sand) 애니메이션’을 처음 배워 공연했다. 자신에게 집중된 눈동자들을 피해 “어둠 속에 숨어서” 모래를 흘리고, 뿌리고, 다듬었다. 지난해 9월 헝가리 부다페스트국제도서전에선 페렌츠 처코(칸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상한 헝가리 출신 샌드 애니메이션 창시자)와 라이브 드로잉을 했다. 처코가 그린 그림을 이어받아 그가 모래를 흘렸다. 모래가 ‘유동적인 재료’여서 그는 좋았다. “고정되면 안심되기보다 무서웠”다. “상이 고정되면 생각도 고정”됐다. 물감이나 잉크가 이미지를 고착시킬 때 모래는 모이고 흩어지며 “무의식 속으로 가라앉은 생각들을 끌어내기 수월”했다. 그가 작품을 구상할 때 연필 스케치와 샌드박스를 같이 활용하는 이유였다. ‘이 이야기’도 모래의 도움을 받았다. 장면과 장면에 다가가느라 그는 셀 수 없이 모래를 쓸고 생각을 쓸어냈다. 아들이 모래를 흘리고, 뿌리고, 다듬는 사이 맞은편 하얀 벽에 그림 하나가 상을 맺었다. 영정 사진 속 자세 그대로 어머니가 모래 테두리를 두르고 나타났다. 성경책을 읽으며 한 손으로 턱을 괸, 쥐였다. 작가가 경기도 가평에 거주하던 2005년 당시 82살이던 어머니 유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