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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Jerry 작성일25-03-26 10:43 조회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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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고조출장샵 포스팅 길이 제한 초과로 **키르기스스탄의 오석균(2)를 민들었습니다.방문하시어 나머지 연재분을 읽으실수 있습니다. .오늘로 ;의 연재룰 마칩니다. 그는 귀국하여 강원도 홍천에 머무를 것으로 생각...​​330둥간족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서른 번째 날변두리는 변두리를 낳고또 그 변두리를 낳아너는 나보다 주변인이고나는 너보다는 인싸고둥간족 마을을 찾아가는 버스 정류장 앞에서아기를 안고 있는 러시아 여자를 보면서저들에게 키르기스스탄은 남의 나라일까아니면 언어적 식민지일까한때는 다 소련이었고지금도 모든 글자와 말이 잘 통하는물가가 싼다만 좀 변두리일 뿐구소련 내에 거주하는 중국 후이족 계통 모슬렘 집단이라는둥간족 마을을 가고 싶다 하니칸트와 토크막 사이 이바노브카나소쿨룩 너머 알렉산드로브카를 추천한다오시 바자르 옆 정류장에서390번 마슈르카를 한 시간 기다리다가370번 마슈르카를 뛰어가서 잡았다어디서 내려야 하나알렉산드로브카가 끝나는 곳에서 내려한 시간을 걸어왔다카페의 여주인은 중국말을 하는데둥간족 집을 보고 싶다는 말에 계산서를 내민다이제는 대부분 현대화된 집들 사이에용마루가 높은 집을 보며아마 저런 집이 둥간족이 사는 집이려니지나가던 둥간족 소년과 사진도 찍고자꾸만 줄어드는 소수 그리고 약자힘과 효율성을 따지자면 할 말은 없지만그래도 한때 초원과 협곡을 지키던실크로드의 딸과 아들인데집에 돌아와 운동화를 빨고모처럼 한국말로 저녁을 먹는다쓸데없는 말은 더위보다 지루하고왜 상대방은 모른다고 생각하는지드라이기가 없어 선풍기 앞에서운동화를 들고 벌을 선다내일 점심까지는 마르겠지아무도 묻지 않은 무더운 날에329오쉬 바자르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스물아홉 번째 날앞차가 못 가면 뒤차도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선로를 지켜 가는 트램의 비애자유로움이 빛나는 순간이고막막함이 가슴을 누르는 시간이다좁고 낡고 힘이 없더라도자유롭게 차선을 선택하면 좋겠다막히면 돌아가고없는 길도 만들어 가고날은 덥지만 과일이 없어서오쉬 아닌 오쉬바자르엘 간다고장 난 전기차 뒤로벌써 다섯 대나 뒤에서 헐떡이고 있다뜨거운 햇살에도 손님을 기다리고빵과 고기 옷과 향신료들이여름을 행복하게 한다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은 고기들은소 말 닭 돼지로 분류되어빨간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긴 수다를 듣고 있다10킬로 짜리 수박을 240솜 3,500원에 사고택시를 기다리니찾아오지 못하는 택시 기사를옆의 가족이 불러준다재래시장은 간절하다물건을 사고팔기 전에 눈을 맞추고이왕이면 원하는 수량보다 더 담고처음이지 마지막 인사를 빼먹지 않는다견과류 옆에서 조는 아저씨도꿀병 옆에서 휴대폰을 보는 아가씨도누군가 다가옴에 설레고내일이 있음에 위로한다사 온 수박은 껍질이 절반이다 반은 먹고 반은 태양에 제사 지내고제사가 끝나면 땅으로 돌려보내는 하루그러면 되었다​328기억해야 하는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스물여덟 번째 날개인적으로 간직해야 할 사람의 이야기부터역사적으로 남을 사건까지당신도 거기에 있다2023년 7월 18일 서이초등학교어느 때부터 무서워진 학교그래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배운 도둑질이라서떠나질 못하고 맴돈다보람은 말라가고악만 남는다가면을 쓰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학교의 하루퇴직원을 냈다가취소했다가연금 때문에외로워서수많은 시달림의 사건들이오히려 위안이 되는 시대나만 힘든 것은 아니구나저렇게 말도 안 되는천국 같고 지옥 같은 나라로곧 돌아가야 한다꽃 같은 인간들이입마다 칼을 물고 있는자기 자식을 남 자식처럼 보아야남의 자식을 자기 자식처럼 보아야이 비극이 끝날 텐데가능할까일 년의 수고를 위로하고자몇몇 사람이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그를 위해 음식을 주문하고그를 위해 술잔을 채운다돌아가는 길이 멀다이국의 밤은 어지럽고이름도 모르는 당신을 부른다오늘이 팔일째​선물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스물일곱 번째 날도르도이 시장엘 갔다돌아갈 날을 생각하니 선물을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뭘 사지받으면 기분이 좋지만주면 더 기분이 좋지만금방 사라지고기억도 남지 않는컨테이너 수천 개가 만든수입은 있으나 수출이 없어그 흔적에 기대어 자리잡은광대한 도매 시장호객행위도 없고안내도 없다물어봐도 잘 모른다는7월 말의 뜨거운 더위15명 정원의 마슈르카에35명이 타고 갔다가물만 마시고 왔다내일은 오쉬 시장에 가봐야지고국에는 비가 계속 온다는데건조한 이 바람을 어떻게 담아가나공항에 내리는 순간다 젖어버릴326내려야 하는데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스물여섯 번째 날배탈도 한 닷새 이어지니특별하지도 이상하지도 않다잠시 뜸한 틈을 타서먼저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엘 간다여행을 가기 전에 맡겨 놓은 짐이 있다선물 받은 옷과 모자 등전화를 하니 바로 오란다36번 버스를 탔다오시는 거기가 거기인데비쉬켁은 확실히 넓다구글 지도를 계속 보고 있어도땅뗨이 안된다목적지 가까워 벨을 누르니소리가 나지 않는다소리는 안 나도 세워주겠지그냥 지나친다두세 번 누르다가 나도 몰래독토 코융우스 세워주세요차 소리와 말소리에 섞여 차는 계속 간다그때 틀리는 카랑한 목소리한 소녀가 톡토 코융우스~ 이 사람 저 사람 세워야 한다고 웅성거리고카레이 어쩌고 저 한국인이 내려야 한다는 차는 마침내 서고온 차 안을 향해 인사를 하고내려서도 차를 향해 인사를 하고떠날 때까지 고개를 숙였다돌아올 때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내렸을까이번에는 옆자리 앉았던 여 순경이크게 소리쳐 세워야 한다고한 사람이 말을 하면이 사람 저 사람이 말을 거들어 주면그러면 기사도 듣고차를 세우고 내려 준다우리나라도 그랬으면더 많은 사람이 말을 거들어드디어 버스가 서고내릴 사람은 내리게 했으면325손톱을 깎으며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스물다섯 번째 날깎을 수 있는 것이 이것뿐이라깎고 또 깎다 보면붉은 살이 잠시 허옇게 되고다시 퍼렇게 되고수도 없이 깎고 또 깎으며조금씩 변하는 것을 본다군데군데 줄이 생기고갈라지기도 하고한 번 갈라진 곳은 왜 자꾸 붙을 새도 없이 벌어질까더 얇아지고비대칭으로고국에서는 슬픈 소식이 밀려와SNS에는 비와 바람이 거세다거대 담론이 사라진 시대적들은 다 어디로 갔나정작 답해야 할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폭풍우가 수그러들 때까지조용히 술이나 한잔하며내기를 하는지온종일 화장실을 들락거렸다안다고 생각한 이유 뒤에모른다 하나의 이유 뒤에또 어떤 이유가 있는지키르기스스탄에서는 천국 같은 한국이실상 온갖 설움과 불행을 참고 견디며깊이 속병 들어아픈 배를 부여잡고 걸어왔는지이렇게 슬퍼도 세상은 별로 나아질 생각이 없고나만 안 그러면 된다는 생각나는 그럴 만했다는 생각돈 벌 생각삼십 분 간격으로 화장실을 가면서도배가 고프다고 밥을 꾸역꾸역 먹고하숙집 강아지 간식도 주고미나리꽝에 물도 주었다믿지 마라그들은 천하게 두고깎은 손톱처럼 치워버린다이제 발톱 차례충전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스물네 번째 날기차를 탔다 150솜공간이 넓어 6인승 자리에 혼자 앉았다남학생들이 와서 뭐라 한다충전기를 보여주니 보조 배터리를 구하는 것 같다휴대폰을 보니 배터리가 1%노트북을 열어 충전을 시켜 주었다휴대폰 세 개를 번갈아 꽂으며연거푸 고맙다고 한다물어보니 전문대학생여학생들이랑 놀러 왔다가 돌아가는 길 같다손에는 트럼프 카드를 들고웃고 게임도 하고언제든 수시로 방전될 수 있다충전 콘센트가 없는 기차라서쓰다 보면 금세 날아가고깜빡 잊고 충전을 못 하기도하고창문은 열리지 않고선풍기 에어컨도 없는 기차 안은 찜통인데누구도 얼굴 찌푸리지 않고즐겁게 시간을 즐긴다한쪽에서는 음식을 시켜 먹고한쪽에서는 이야기하며 해바라기 씨를 까먹고한쪽에서는 노래를 부르고인터넷에서는 근조 사연이 날아오는데너무 애쓰다가 방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어디든 충전할 곳이 있으면 좋겠다바람과 햇볕으로 충전했으면 좋겠다자고 일어나면 다시 채워졌으면 좋겠다​323사랑한다는 것은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스물세 번째 날주어를 바꾸는 일이다내가 들어갈 자리에 너 혹은 우리를 넣고함께라는 부사를 위해시간과 공간을 맞추는 일이다듣는 귀를 바꾸는 일이다내가 네가 되어 내 말을 들어보고또 바꾸어 보고 또 바꾸어 보고머뭇거리는 일이다내가 쓰던 말이 당신에게는 어떤 말과 같은지 고민하다가표현할 수 없는 막막함 앞에서그저 말 줄임표만 찍고 있 일이다죄 다 털어놓는 일이다당신을 위해 썼다고 생각하는 모든 말이사실은 나를 위해 떠들었다는 것을남김없이 말하는 일이다그리하여 지우는 일이다말로 할 수 없는 것을 말로 한 죄가 커서침과 눈물로 지우다가 온몸이 얼어도그 몸으로 한 자라도 더 지울 일이다​322발륵치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스물세 번째 날혹시나 하는 경우엔 역시나 가 맞다아침을 먹고 나른 정류장에 왔다짐이 많다고 주인이 택시를 불러주어서걸어서 3분 거리인데 70솜을 주었다택시가 자연스럽게 택시 있는 곳으로 가기에마슈르카를 반복해서 외쳤다그제야 미니버스 있는 곳으로 옮겨 준다비쉬켁 가는 버스가 대기 중이다버스 기사는 없고 택시 기사들이 와서비쉬켁 등의 목적지를 호명한다발륵치라 하니 택시로 가잔다여러 명이 달려드니 무섭다마슈르카를 타고 갈 거라고 하니벌써 떠났다고 한다어제 듣기로는 9시에도 있고 10시에도 있다고 했는데9시가 넘어도 비쉬켁 행 버스만 떠나고다음 10시행 버스만 기다린다잠시 주변에 아무도 없다택시 기사인 듯한 사람에게발륵치 택시로 얼마냐 물었더니 500솜 달란다동의하고 짐을 끌고 가니까순식간에 2,000솜으로 바뀐다아까 500솜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했더니그 사람은 운전기사가 아니라고 뒤로 숨는다명찰을 보여주는데 읽을 줄 모르지만실권 없는 호객 담당 같다아무도 내게 흥정하려고 하지 않는다1,000솜 안된다고 한다마침 어제 타쉬라밧 동행했던 기사가 중재한다‘1,500솜 짐을 싣고 맨 뒤에 짐 옆에 앉았다나를 따라오던 비가이슥쿨에 가까워져 오니 어디론가 가버렸다발륵치에 오니 외국 해수욕장좋은 차에 노출이 많은 패션이제 꽁치 캔도 고등어 캔도 질려서참치를 샀다 너무 싱겁다마늘종 장아찌도 사서몰래 밥을 해 먹는다기차역에 간다 예약이 필요한가 해서하루에 한 번 오고 가는 일정인데사람은 없고 표는 열차 안에서 구매하라고 쓰여 있다자꾸 배가 아프다322타쉬 라밧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스물두 번째 날실크로드의 한 축이던중앙아시아 행상의 길을 더듬어 간다나른에서 남서쪽으로 한 시간 반그리고 비포장도로로 꺾어져 삼십 분 더넓은 길을 두고 왜 이리 떨어졌을까물이 있고 쉴 수 있는 곳으로 길을 정한 듯그때의 모습과 소리가 귀에 울려가만있어도 시끄럽다천년이 지나 남은 것은교실 네 칸 만한 석조 건축물 하나인터넷에서는 불교 건축물이라고 하고박물관에서는 왕이 머물렀다고 한다나뭇가지처럼 방이 나누어지고가끔은 큰 방도 두었다세어보니 스물다섯 개쯤기도처 같기도 석굴암 불상 놓은 자리 같기도부처의 가르침이 이곳에까지 다다라몸을 수행하게 하고마음을 다잡게 하고이제 관광객에게 입장료를 받게 한다용도변경 된 버스 내부에 들어가난에 여러 가지 잼을 발라 차와 함께 먹는다아이들은 옆 방에서 휴대폰 껍데기만 보고 노는데아저씨가 빠진 이빨로 웃어준다말이 안 통하니 택시 기사가 묻는 말은어디서 왔느냐다음엔 어디로 갈 거냐듣고 보니 선문(禪問)이다이어서 여자는 있느냐처음에는 왜 마스크를 썼느냐고 묻는 줄가고 오는 길이 고속도로처럼 바르다넓고 너ᇕ은 들물만 댈 수 있으면곡창지대가 될 수도 있는해발 2,700m의 고지대 평야가들풀 가득한 채로 비를 맞고 있다오후에는 박물관에 갔다타쉬-라밧의 구조도도 보고설명도 들었다나는 암각화에 자꾸 눈인 간다오는 길에 가게마다 들려꽁치나 고등어 통조림을 찾는다남은 오이에 고추장을 발라저녁을 때웠다며칠 동안 속이 불편한 것이계속 고추장을 먹어서인가그냥 맨 오이만 먹으니입맛이 줄어든다내일은 발륵치가면 글로부스도 있고운이 좋으면 김치도 있겠지쌀은 조금 남았다321나린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스물한 번째 날장소를 옮기면 하루는 쉰다몸이 마음을 찾아오도록이번엔 이틀도 부족하다아직 송쿨에서 오는 중인가 보다시장을 찾는다떨어진 김치를 대신할 그 무엇을 위해 살라트(샐러드, 무침 반찬) 파는 곳도 없고이제 오이와 통조림이 최후의 보루다가는 길에 풍경을 찍다 보니한 건물 마당에서 일하던 청년이 쫓아와찍은 사진을 지우라 노려본다지운 것을 보고도 더블 지우라 휴대폰을 만진다과거 하노이에서 학교를 찍다가 험상궂은 표정에 주눅이 든 적이 있다남부 사이공보다 훨씬 경직된 사람들의 모습여기도 그런가나린 여기 말고 나른 주는키르기스스탄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주한국의 함경도와 비슷한 가난하고 허름하고 표정이 굳어 있는누구나 볼 수 있는 건물을 찍은 건데그걸 가지고 뭐라 할 권리가 있나 싶어혼자 속으로 막 화가 나서올 때는 다른 길로 돌아서 왔다나린강을 따라 강 남쪽으로 길게 이어진 도시는부서지고 고치지 않은 건물들이곳곳에 비를 맞고 있다남부 도시 오쉬와 다르게히잡을 쓴 사람이 드물다남자 머리를 깎아주는 여자 미용사도 보인다사람들이 더 작아 보인다이슥쿨 주변은 카라콜은고급 차도 많았는데사람들의 표정도 풍성했는데어깨 편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있었는데시장은 네거리를 중심으로 두 쪽 반이 짧게 형성되어 과일들을 팔고나머지 공산품 등은 옆 건물에 소규모 상점에서 팔고 있다내일은 타쉬라밧을 가보려 했는데다시 찾아온 기침이 떠날 생각을 안 한다나쁜 생각에 쫓겨 밤을 새웠더니생각만으로도 몸이 떠나 보다악귀란 드라마를 생각하고나쁜 생각이 자리 잡지 않도록하얀 밥에 무생채 나물을 생각하고순댓국을 생각하고​​320 320719송쿨의 아침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스무 번째 날떨다가 깨서 유르타 문을 걷으니해가 마악 떠오르고 있었다별은 언제 떠났는지도 모르는조용하고 넓은 초원해와 함께 등장하는 배우는 할머니소 옆에 다가가 젖을 짠다그다음은 닭 모이를 주고사모바르에 불을 피워 석탄을 몇 개 넣고아침을 지으러 부엌으로 들어간다두 번째 출연은 며느리유르타의 바닥 깔개를 털어 넣고방석을 가져다 벤치에 두고간이수도에 물을 채워 둔다따라서 부엌으로 간다세 번째는 아저씨나랑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데본인 말로는 마흔셋이라고담배를 한 대 피우고 말을 살피러 간다믿기지 않아서 할아버지 같은 운전사에게도 나이를 물으니머리는 하얀데 쉰 다섯이라고한국 사람의 피부에 놀라는 이유가 있다아이가 일어난다어제 친해져서인지 눈도 뜨지 않은 채 손을 잡아끈다한 번 안아주고 얼굴을 씻게 한다아직도 터진 볼이 벌겋다닭과 칠면조와 소와 말들이분주히 그러나 조용히 아침을 먹는다개도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햇빛은 호수에 다가간다전기도 인터넷도 없는 곳하늘과 땅과 물만 있는 곳누구는 이를 평화라 하고누구는 이를 촌구석이라 한다말라비틀어진 비누 대신클린징 젤을 두 개 주고 왔다가도 가도 넓은 풀밭햇살을 갈수록 뜨거워지고소들이 가끔 길을 막는다가지 말라는 건가315오해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열다섯 번째 날노여움의 ‘노’자가 늙을 ‘노’자는 아닐 텐데날아오는 명퇴 관련 공문이그만 물러나라는 말처럼 느껴진다면내가 늙은 건지돈도 없으면서그것밖에 못 하냐그럴 줄 알았어이런 말에만 마음 흔들릴 줄 알았는데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나를 속이는 일이었다는 것을너도 속고 있었다는 것을오늘도 덥고 햇살은 뜨겁다는초저녁이면 쉬 잠들고새벽이면 문득 깨어나서 서성이고오지 않은 메시지를 기다리다가그저 그리움이 커서 그렇다고 생각하고옛날 우리 할아버지는왜 툭하면 늙으면 죽어야지그러다가 며느리가 똑같은 말을 하면수염을 부르르 떨었을까게스트하우스 5일 치 숙박비 오천 솜을 냈다두 번쯤 더 내면 떠나야 하는데어디 송쿨이라도 갔다 올까선물도 사야 하는데시는 고쳐지지 않고시가 나를 잡아먹나 보다늘 머리만 파먹는 건지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바다다​319송쿨의 밤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열아홉 번째 날밤이 되면 깨서 별을 본다고 했지만실제 이유는 아파서였다이틀 동안 쉬지 않고 말을 타니온몸이 쑤신다제일 아픈 것은 엉덩이 부분위아래로 오르내리는 말의 등과내 엉덩이는 아직 한 몸이 아니다괴성을 지르고 싶었다겉옷을 깔아 보기도 하고발판에 힘을 주고 서 있기도 하고뒤로 눕기도 해봤지만오늘만 삼만칠천 보가 넘었다놀자는 아이를 뒤로하고 유르타로 들어왔는데추워서 깼다내복을 입고 겉옷도 추가로 더 입었지만소똥을 때 주는 불도 벌써 꺼진 지 오래다소변이 마려워 밖엘 나가니온 하늘에 별이 주먹만 하다추운 것도 잊고 오줌 마려운 것도 잊고어느 집 등불이 하늘에 켜진 줄큰곰자리는 8시 방향 카시오페이아는 4시 방향카시오페이아에서부터 시작된 은하수가남쪽 하늘 뱀자리까지 이르러송쿨 호수에 잠긴다잠시 들어와 생각해 보니이렇게 말도 실컷 타보고초원도 원 없이 걸어본데다가저렇게 별까지 봤으니혹시 이러고 죽으라고 하는 건가이제 더는 원은 없는 건가그렇게 이어진 생각이새벽까지 온갖 것을 소환하고다섯 겹이나 껴입고도 추워서덜덜 떨면서혹시 그때 내 선택이 달랐더라면지금 나는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도나무 토막 같은 몸을 가지고추운 유르타와등불 같은 별 아래 호숫가를 거닐며이만하면 되었다 하는 생각도​319송쿨 가는 길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열아홉 번째 날아무것도 없다녹슬고 두꺼운 검처럼묵묵히 하늘과 산 사이를 베어아무도 들이지 않는다출렁이지 않는다바람이 몰아쳐 지나가도그저 더 깊어지며어둡게 물러난다마지막 호수라는 이름은 속세의 인간들이 붙인 것처음이라 해야 옳다설산 녹은 물을 뜨겁게 받던중간 기착지에서 산을 세 개쯤 넘어말들도 쉬며 바라본 돌산 봉우리 위에서가장 늦게 열리고 가장 일찍 닫힌다는그대 서늘한 모습을 본다그러고도 다가가는 길은 멀다말도 지쳤는지 옆구리를 쳐도 잠시한없이 이어진 초원의 길은바다보다 넓고 여름보다 길다초원은 풀이 있고 고조출장샵 풀을 먹는 소와 말이 있고온갖 똥들에 모여드는 벌레들이 있고그 벌레를 뒤따라오는 파리 모기 새들밥과 똥이 어우러진 지상의 개펄이다살아 숨 쉬는 똥 초원을 걸으며아무것도 없는 곳에모든 것이 다 있음을 비로소 안다물은 차고 맑다늦가을 절간을 참배하고 나오는 물처럼투명하고 하염없다그렇게 나를 보게 한다작년 10월에 오려고 했을 때눈이 가득 쌓여출입이 통제되었다는 사진만 보았지또 곧 그리되겠지호숫가에서 노을을 기다리는데옆에 꼬마가 앉는다나이는 일곱 살 이름은 알리슨얼굴이 많이 텄다데리고 가서 씻기고로션을 발라주었다아버지가 옆에서 고맙다고 말을 시킨다그게 아닌데산 그늘이 나를 덥기 시작한다달려들던 모기들이 먼저 자러 간다이틀 동안 동행하던 가이드는 밤길에 무사할지아이가 부른다​​318킬렘체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열여덟 번째 날말은 묵묵히 걸음을 시작했다햇살은 뜨겁게 길과 사람을 달구고금방이라도 올라갈 것 같은 산이아주 천천히 다가와 조금씩 발밑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아이를 등에 업은 어른처럼거친 숨소리가 미안하게등에는 허연 땀이 흐르고말 못 하는 우리 아버지처럼비행기처럼 집들이 저 멀리 내려다보이는 것은한 시간 정도 묵묵히 걸은 후였다하천은 저 멀리 밧줄처럼 구부러지고말 등은 산길처럼 위태로웠다길을 벗어나는 말을 신경 쓰다 보니몇 번이고 옷을 떨어뜨리고왼쪽 종아리에 쥐가 올라와편자에서 한쪽 발을 빼고 매달렸다고개를 하나 넘을 때마다산은 새로운 바다를 보여주고물소리는 따라오며풀과 흙 사이를 갈라치곤 한다다음 장에 가기 위해밤을 도와 길을 가는 허생원과 조선달처럼길 위에선 추억이 필요했다가이드도 말이 떨어졌는지 담배만 피워댄다말들은 번갈아 딴청을 피웠고멈춰서 풀을 뜯고 길을 벗어나고4교시 학생처럼 몸부림을 쳤다그때마다 한마디씩 듣는다 추쿠자라트 목장을 떠난 지 4시간다섯 개의 유르타가 넓은 골짜기에서 숨어있다차를 따라 주고빈 잔을 채워주는 오후저녁이 되니 소 젖을 짠다먼저 송아지에게 어미젖에 입을 대게 한 후 어미 소의 뒷발을 묶고치즈를 꼭지에 바르고옆 유르타에 짐을 푼 잉글랜드 관광객들은승마 모자도 챙겨 쓰고 대열을 지어 다가오고대열을 지어 떠난다해발 2,000 코츠코르에서이제 2,500이다내일은 3,000인데말도 나도 아직 서먹하다유르타에 누우니파리는 앵앵거리고소는 엄마거리고개는 깨갱거린다맑던 하늘은 갑자기 비를 뿌린다별이 찾아올까휴대폰 배터리 잔량이 자꾸 떨어지고물소리가 저녁을 채운다​모든 공감:81조미화, 박혜경 및 외 79명​해발고도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열여섯 번째 날밀란 쿤데라가 죽어서 그래서갱년기인지 밤에 더웠다 추웠다 해서 그래서퇴고하는 시가 서른아홉 편에서 영 넘어가질 않아서 그래서말을 꺼냈다 떠날게요아침 식사 자리에 코츠코르에 가려면 어떻게 가냐고 물으니서로 이러니저러니 하더니한 사람은 누구에게 전화를 걸고한 사람은 방에까지 쫓아와서 차 시간을 알려준다급하게 짐을 싸고 나는 차 시간 때문에 급해지는데택시 기사는 중간에 아는 집에 들러 물건을 주고느긋하게 터미널에 데려다준다이슥쿨의 북쪽 모습만 보다가처음으로 남쪽 얼굴을 본다북쪽이 영화 시사회라면남쪽은 원양어선이다수영하려는 사람보다낚시하는 사람이 많고햇살은 톈산에서 급하게 꺾어 내려와오가는 사람을 환하게 한다시장은 활기차고묘지는 근엄하며집들은 조용하다그리고 바람은 정겹다바로 옆에 앉은 할아버지는타서부터 내릴 때까지 이를 간다두 시간쯤 참다가 몸에 안 좋다고 말을 했더니끄덕이며 계속하는 것은 못 알아들은 건가9시 10분에 출발한 마슈르카는오후 2시 10분에 코츠코르 터미널에 나를 내린다기다렸다는 듯이 한 청년이게스트하우스 위치도 알려주고 택시도 불러준다해발고도 900의 오쉬에서 살다가1,700의 카라콜에서 머물다여기 오니 1,800점점 하늘이 가까워진다구름은 더 몽글거리고하늘은 더 선명하다바람은 말처럼 달려오고햇살은 잘 익은 냄새가 난다이대로 더 하늘로 올라가서다른 시간대로 가보면 좋겠다한참을 노닐다가 내려와지나간 사람들의 놓친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싶다315오해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열다섯 번째 날노여움의 ‘노’자가 늙을 ‘노’자는 아닐 텐데날아오는 명퇴 관련 공문이그만 물러나라는 말처럼 느껴진다면내가 늙은 건지돈도 없으면서그것밖에 못 하냐그럴 줄 알았어이런 말에만 마음 흔들릴 줄 알았는데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나를 속이는 일이었다는 것을너도 속고 있었다는 것을오늘도 덥고 햇살은 뜨겁다는초저녁이면 쉬 잠들고새벽이면 문득 깨어나서 서성이고오지 않은 메시지를 기다리다가그저 그리움이 커서 그렇다고 생각하고옛날 우리 할아버지는왜 툭하면 늙으면 죽어야지그러다가 며느리가 똑같은 말을 하면수염을 부르르 떨었을까게스트하우스 5일 치 숙박비 오천 솜을 냈다두 번쯤 더 내면 떠나야 하는데어디 송쿨이라도 갔다 올까선물도 사야 하는데시는 고쳐지지 않고시가 나를 잡아먹나 보다늘 머리만 파먹는 건지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바다다모든 공감:68이은주, 조미화 및 외 66명​314문학의 자리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열네 번째 날일단 떠오른 책은 박웅현이었다거기서 김훈과 김화영을 만났고김민철과 김연수를 거쳐체호프와 신형철에게 다다랐다독서 과목 안내 준비로 시작한 공부가종일 눈부신 베란다에서작은 눈을 더 가늘게 뜨고글의 자리를 생각한다저녁을 먹는데나이 든 아저씨 한 분이 보드카를 권한다여행 중 사양지심은 손해 막심한 잔이 두 잔이 되고 속에서 불이 난다부리나케 동네를 걷다 보니좁은 공터에 십 수명의 소년이 바람 빠진 공 하나로 먼지를 일으키며 몰고 다닌다공차던 아이들도 외따로 놀던 아이들도눈 작은 이방인을 어떻게 알아보고시합을 멈추고 손을 흔들고달려와 사진을 찍자 한다이승수가 말하는 문학이 태어나는 자리*에지금 내가 있는 곳도 포함될까된다면 어떤 자리일까여행일까 유폐일까* 절망 여행 소멸 호기 거울 폐허 탄생 전장 모순 풍류 불안 광기 해학 분노 풍자 사랑 공포 유폐 이별 우정 동경 신념 한적 비애 죽음 고독​313왜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열세 번째 날종일 수업 준비에 매달렸다교육과정을 살펴보고강의 계획서를 작성하고수업 자료를 챙겼다몇 과목을 동시에 생각하다 보니컴퓨터에 불이 난다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필요하고그런데 제일 중요한 것은왜 가르치고 왜 배우는지대학은 가고 싶으나 하기 싫은 공부더구나 재미도 없고 딱딱하게강렬한 햇빛에 선글라스를 쓰고서 했던 작업이갑자기 시들었다저녁을 대충 먹고 저무는 동네를 걸어본다넓은 골목에 있는 듯 없는 듯 아이들이 모여서 논다길에다 선을 긋고허리에 손을 얹고 말하고노을은 하늘을 두르고별 하나가 아까부터 쳐다본다툭 치고 지나는 바람에고개를 숙이고 묻는다장단점을 생각한다배워서 알게될 자존감과 외로움뿌린 만큼 얻을 테고꿈과 만날지도우리가 보는 세상과다르게 보고 있는 이들에게따라오라 할지달아나라 할지혼자만 머물던 게스트하우스에새 손님이 들어 흥성거린다저녁은 박제 고추다커다란 피망에 다진 고기가 들어간지우고 처음부터 다시 써야어디를 보고 있는지를 알아야뭐가 중요한지를 알지거기에서 만나야다음 한 달 휴대폰 요금을 내고 왔다이제 이거 하나 익숙해졌는데이게 끝이다아니 모르지​312산에 가는 길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열두 번째 날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알튼 아라샨 입구에서 내렸다자일로까지는 산길 15킬로어디까지 가게 될지산 입구에서 오르내리다 결국 도루 내려왔다세속의 짐이 발목을 잡는다한국으로 먼저 보내는 것들은 잘 가고 있는지2학기 수업은 어떻게 해야 할지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내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지얼마큼 눈을 감고얼마큼 몰라야 하는지정류장을 지나쳐 계속 걸었다35솜 차비가 25솜이 될 때까지유튜브에서는 산울림의 회상이 끊어질 듯 이어지고굽이쳐 흐르는 물은 유난히 더 뿌옇다언제 다시 오를 수 있을까세상사에 화나고 지친 몸으로 가능할까눈을 감고 답을 구한다어디까지 왔나하루 ​311인연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열한 번째 날톈산 쪽으로 걷는다마음은 금세라도 뛰어올라저만치 바라다보이는 곳에 서고 싶은데그대는 멀고 숨은 가쁘다물소리를 따라 거닐다어느 집 앞 나무 밑집 주인이 만들었을 나무 벤치다리와 숨을 고른다술 냄새와 함께 나타나 말을 거는 할아버지게츠레이시스 미안해요 저는 카레이집에 들어가서 차를 한잔하자고 하신다거절해도 계속칠팔 세쯤 되는 아이 둘아기를 안은 소녀도 불러내어할아버지의 말을 통역하고자꾸 집으로 가자고난과 고기를 앞에 놓고 젖을 탄 차를 마시다가열네 살 소녀 말리카는 한글이 배우고 싶단다게스트하우스에 와서 공책을 챙겨 갔다 기다린다는 말을 믿고서아까는 없던 식구들도 있는데그냥 소개도 없다무릅 꿇고 앉아 한글 자모를 가르친다남은 삼 주를 이렇게 보낼꺼나한 시간쯤 지나니여기는 자기 집이 아니라멀리 가야 한다고시간이 되면 연락한다고카라콜도 아니고먼 시골에 살면서휴일이면 아이를 돌봐야 하는짜증 없는 얼굴이 존경스럽다언제든 시간이 되면 연락하라고긴 길을 걸어 내려오면서이런 곳에 태어난 이유와꿈꿀 소녀의 삶을 생각한다알아도 벗어나기 힘들고알기도 힘든 상황어느 것을 어떻게 붙잡아야 할까나라면310퇴고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열 번째 날잠시 작가 흉내를 내 본다모두 떠난 식당 구석에 앉아한 번 거른 작품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인간이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나7%밖에 안 되는 언어라는 것나머지 93%는 어디에유튜브를 보면서알마 말러 생애와클림트와 칸딘스키의 그림프리드리히 실러의 음악을 읽는다존경하나 존중하지 않아야 할 대상에온갖 믿음을 때려 넣고 살아온 생애가엉터리 시로 나타나난시 심한 눈을 힘들게 한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다시 보아도감각적 전이가 도저히 이루어지지 않는갇힌 언어들풀어 놓아도 날아갈 줄을 모르니게스트하우스 부엌 사용이 안 된다고 하여고등어 통조림에 머리를 박고 점심을 먹는다자아실현은 취향의 완성에 있다는데내일은 꽁치 통조림으로 바꿔 볼까한 주는 작품 퇴고한 주는 강의 준비한 주는 휴식과 여행아이들과 만나는 주말이 가장 기다려진다​​309미리 보기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아홉 번째 날휴식의 또 다른 이름을 생각한다아무거나 해도 되는 시간이 달리 보면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은퇴 후의 삶이 아닐까그때를 미리 보기 하는 건가누구도 불러주지 않고누구도 뭐라 하지 않고누구도 신경 써 주지 않는 길어지면 죽음과 같다목욕탕 사우나에서도 나오지 못하면 지옥이고따끔한 주사고 계속되면 형벌이다뱃멀미도 잠깐이면 놀이기구인데그래서 어디로 가야 하나전승 공원에 가려고 나섰다전쟁과 아픔은 어느 나라든지 처참했을 터투기스 앱을 보고 107번을 기다린다차가 오지 않는다정류장 벤치 나무가 하나는 뒤가 하나는 가운데가뒤가 없으니 뒤로 기울고가운데가 없는 곳은 엉덩이가 빠질 듯온전한 저 옆 벤치를 두고서그러게 늘 과감한 결단이 매 순간 없으면담배도 끊지 못하고사람도 잡지 못하고일도 놓치고삼십 분쯤 기다리다가 걸었다글로부스에 가서 서울 김치가 왔는지앞뒤로 바라보이는 산이이젠 이 도시의 경계다김치와 고등어 통조림을 들고 계산대 앞에 서니보고 한국인이냐고 묻고북한은 자유도 없고김정은 어쩌고고개를 끄덕여 주고비닐봉지에 넣고 조여103번을 탔다조금 가다가 카센터로 들어간다차에 이상이 있으면 손님을 싣지 말든지왜 그렇고 언제쯤 다시 운행할지 안내도 없는데아무도 말하지 않는다아무도교양과 문명은 비례하지 않는다라도 나는 믿고 싶다벌써 배가 고프다하는 일도 없으면서구운몽에서는 주인공 성진이윤회를 미리 꿈으로 보여준 육관대사에게고맙다고 말을 하는데나는 누구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308직업 찾기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여덟 번째 날날이 더워지기 전에 시내를 한 바퀴 돈다다들 더운데 나만 이렇게 선선한 여유를 갖는 것이 선물 같다오늘의 선물은 무엇일까내 선물을 얼마나 남았을까시내를 반 바퀴 돌아 글로부스에 갔다얼마 전에는 여러 개 있던 서울 김치가 다 나가고이름 모른 김치가 두 개 남았다오이 여섯 개를 12솜에 샀다게스트하우스 주인 할아버지가 온천에 가자 한다먹구름에 밀려오고 비가 쏟아지길래 못 가나 했더니그래도 가자고 손녀를 통해 전한다점심도 못 먹고 따라갔다알튼 아라샨 가는 쪽으로 가다가 아래쪽 계곡온천들이 밀집해 있다400솜짜리 리모델링 온천을 피해가장 구석의 350솜짜리로 간다공용 탕은 없고아주 작은 방에 개인 욕조가 두 개씩문 잠금장치도 없어서돈은 양말에 넣어 가지고 들어갔다알튼 아라샨은세면 구덩이에 온천수를 받아 흐르게 하는데여긴 수도꼭지를 틀어 욕조에 받아쓰고 나올 때 버리게 한다오다가 아쉬람프 식당에 들렀다시장보다 양이 많고피라쉬키는 더 크고 5솜씩 쌌다할아버지 손녀는 내 손도 꼭 잡고 다닌다방에 들어와 직업 탐색 프로그램을 훑어본다청소 아스팔트 포장 줄눈 주로 막노동쪽이 많이퇴직 후 선택을 생각하니조건이나 상황이 뼈저리게 와 닿는다귀어까지 보고 나니 밤이 깊었다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돈보다 내가 잘 할 수 있어야 할 텐데마음만으로는 오래 하기 어려운수십 가지 체험을 했더니 목이 마르고걷지 않아도 다리가 아프다누가 나를 고용해 주었으면 좋겠다오래오래 할 수 있는 걸로​307 230705초짜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일곱 번째 날게스트하우스에서 보름쯤 묵다 보니오가는 손님들을 많이 보게 된다어제는 미국인 커플이 이 층 베란다에서 글을 쓰는 나를 보고주인이라고 생각했는지 말을 건다주인을 불러 손님이 왔다고 말해주고식사 안내도 해주었다영어로 대화도 해보니 플로리다 여자와 시카고 남자 커플이다오늘은 내게 다가와 말을 하는데 들리는 것은 버스데이 브라더혹시나 해서 글로 써서 달랬더니 브라더가 아니고 버터 즉 괴롭히다생일 때문에 베란다에서 가족과 통화를 하고 싶은데글 쓰는 내게 방해가 될까 봐 던진 말이다노 프라부름글을 쓰면서 들리는 말 하나는 왓더빡그동안 썼던 생활 시를 살펴보니체험 혹은 수기는 될지언정완성된 시가 되기에는 단단한 몸을 가지지 못했다그대로는 함께 가지 못하고대부분 재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마음을 처연하게 만든다추억으로는 소중하나등단한 지 오래되었고시집을 몇 권이나 냈지만아직 초짜다언어적으로 더 단단해질 필요가글을 쓰는 와중에도 다가와서화장실 싱크대 물을 먹어도 되는지 묻는다라임스톤이 많아서 좋지 않다고레겐드 물을 사서 먹으라고돌아가면 공부를 더 해야겠다철학과를 다녀볼까아니면 문화인류학받아주려나306이런 직업도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여섯 번째 날열 달 동안 와서 쓴 글을 모아보니대략 삼백육십 편 가량처음부터 다시 읽어보며시가 될만한 것들을 고른다하루에 열 편 스무 편 보려 했는데세 편을 다듬고 나서 기진한다유튜브를 열어 여러 직업을 본다나도 저런 것에 도전을고공 줄타기부터 닭 키우는 일숲 가꾸는 일과 해녀 물질까지목숨을 걸거나 엄청난 시간이나 돈을 들여야 하는가르친다는 것 또한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다고 생각하는 중에지난 학기 성적이 자기 기억과 다르다는 학생의 메시지질문 같으면서도 항의 같은일단 마음부터 상하고상한 마음부터 추스르고책잡히지 않게 조심해서 반응하고대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살피고쉬운 일은 하나도 없고그래서 사기꾼이 생기겠지누나는 근처로 와서소박한 시골 생활을 권하는데이제 돌아가면 가르치고시험 문제 내고 눈치를 보고생활기록부 기록하고 눈치를 보고교양스런 천박한 것과 싸워야 하는원룸을 알아보니 이십 프로는 올랐어라새벽이 일어나 직방 다방 다 뒤지다가돈에 여유가 있으면 덜 힘들려나그래도 난 싼 게 좋던데삼백육십 편 시를 어떻게 할지키르기스 하늘에 묻는다누가 알아서 쓰든지 말든지고물 폐짓값으로 사 갔으면그동안 만났던 시간고마웠던 사람들할머니가 올라와 겉옷을 내놓으란다더러워서 빨아주신다고​​304무소식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네 번째 날별일 없으면 됐지잘 지낼 거라고 믿어오늘도 행복하였길그래도 가끔은별건 아닌 걸로 삐끗하였던 허리가일주일쯤 쉬니 조금 괜찮다더워지기 전에 푸쉬킨 파르크에서스트레칭을 하는데다람쥐 한 마리가두 걸음쯤 떨어진 나무 기둥에 멈춰서자꾸만 쳐다본다혹시 전생에젊은 아가씨 한 명과 아주머니 한 분다가와서 말을 건다기독교 선교를 하는 것 같다이분들은 나와 무슨글로부스에 가서 김치를 사고시장 골목에 가서 아쉬람프를 먹다가맞은편 가게를 건너보니사람이 하나도 없다두 아주머니가 앉아서손님이 꽉 찬 이쪽 가게만 쳐다본다내가 미안하다내일은 저쪽으로 가 볼까오다가 사과를 사고그늘에 앉아서 물소리를 듣는다옳지도 그르지도 않은선악도 아닌원격 수업에서 아이들 얼굴을 보니모르던 소식이 들려온다그럼 되었다탈을 딸이라 한들내일은 산에 가보려 한다물과 빵을 사 들고기다리는 나무들과하루를 나누다가밤이 되면먼저 다가오는 별빛을 좇아밤길을 걸으리라네가 있는 곳으로​305이런 사람도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다섯 번째 날가까운 산에 가보려고 길을 나섰다처음에는 가능하다던 버스 번호가가면서 없어지고그나마 가던 버스도 중도에서 돌아온다지나가는 차에 마음을 담아 손짓하지만포기하려던 그때차 한 대가 후진해 태워준다가족이 탔고 운전은 아줌마가뒷자리 꼬마와 초콜릿을 나누어 먹는 사이목적지에 도착했고차비는 거절하고 대신트렁크에서 빵을 두 개 꺼내 준다배고파 보였던 걸까뭐라도 주고 싶었던 걸까말도 못 하는 이방인이이름도 모르는 물가에서 주신 빵을 먹는다물소리가 차단한 나무 밑고영의 시를 읽는다숨이라는 시가 마음에 들어무릎을 굽히고 다시 읽는다게스트하우스에 오니주인 할아버지가 수영하러 가잔다주인 할머니와 딸과 손녀이슥쿨 한쪽에 수영 인파가 몰려 있다열 달 동안 보았던 히잡으로 싸맨 얼굴 대신벗은 웃통과 드러난 허벅지키르기스 사람들의 알몸을 고조출장샵 원 없이 본다세상은 이렇게 조금씩 변하는구나방에 와서 양말을 털다가한쪽을 창밖으로 떨어뜨렸다뒷집을 찾아가서양말을 주어 왔다말은 안 통하지만표정과 몸은 갈수록 살아난다적절한 도구가 필수다한쪽 양말 같은구름은 서서 붉어지고하늘은 멀리 검어진다다가와 가슴을 식히는 바람너도 그리웁지​303푸쉬킨 파르크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세 번째 날아침이면 푸쉬킨을 만나러 간다해 뜨기 전에 일어나 벌써 머리를 감고가장 좋은 옷에 어깨를 약간 돌린 자세로안 보는 듯 수줍게 맞이한다인사를 하면 바로 내려와그늘과 햇볕을 반반 나누어 가진 벤치에서이야기를 시작한다처음은 시 그다음은 소설대위의 딸 나는 푸가초프 대신 홍경래라고 바꾸어 말한다이교도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러시아판 미스터 션샤인인가다음은 스페이드의 여왕이다잠시 하품을 하고지루해하는 것을 눈치챘는지공원 앞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에게 협곡과 호수가 어떠한지를 말한다운명처럼 여기 태어나서 살아가는 사람들잠시 여행하러 왔다가 가는 사람일 때문에 며칠 왔다가 떠나는 사람나는 누구였을까삶의 무게가 호수를 저수지로 만들기도 하고눈 쌓인 톈산이 장애물도 되고협곡이 돈벌이하는 부모 따라 들어간외로운 공터일 수도 있으니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알튼 아라샨에놀 것 없어 당나귀를 데리고 노는꾸질꾸질한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다시 만나면 뭐라 인사할 수 있을까세상이 나를 속이는 것인지내가 스스로 눈을 감은 것인지내 무게의 눈금을 보고파도처럼 오르내린다파르크를 걷는 동안에도너무 덥다는 한국 소식일자리가 없어 애탄다는 오시 청년의 소식이한낮을 덥힌다돌아가서 뭐라 말할까무슨 대답을 그들은 원할까알면서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의입맛은 달라졌을까모르면서도 달려드는 문명이란 것변명은 다 불안이고한 번 올라가면 내려올 줄 모르는 신전너도 못 내려오냐고 푸쉬킨에게 말을 거니집착과 결투로 마감한 눈길일어나면 다시 싸우겠다는 말이지금도 유효한지시 앙드레 셰니에를 듣는다​302게스트하우스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두 번째 날풍성하던 객실이 텅 비었다며칠씩 묵으며 출장 일을 하던 사람들이그리운 가족에게살던 집으로 떠났다사흘 전에는 우바트가 떠나고오늘은 조 마르트가 떠났다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가니아가씨 한 명이 있을 뿐이다괜찮냐고 영어로 물어오면정말 괜찮은지는 생각도 안 하고파인 앤드 유그리고 할 말이 없다저녁으로 나온 만두를 먹다가오늘도 시장에 가서아쉬람프와 피라쉬키를 먹은 이야기를 했다과거에는 이십 솜이었는데 너무 비싸졌단다살구를 사는데행상 옆에서 공부하고 있는 여자애 이야기나앉아 쉬는 데 슬금슬금 다가와서 뭔가를 달라고 하는 남자애 이야기는 하지 못했다그녀는 영어가 서툴고나는 거기다 러시아어나 키르기스어도 모르고서둘러 방으로 올라오니비가 쏟아진다열 개 방에 손님이 둘 뿐이다신의 방엔 머무는 이가 많을까가득 차서 흥성거릴까쓸쓸한 이곳 같을까분지인 남부 오시에 살 때는 비도 드물고 와도 잠깐이었는데고도 높은 호숫가에 있어보니비가 자주 그리고 오래 온다호숫가 남부 보콘바예보를 검색했다인구도 적은 마을가면 뭐가 있으려나해 뜨는 설산이 있으려나비가 창문을 두드려뭐라 말을 하는 것 같은데미안해 나는 카레이스키얼굴이 검어진다​301아쉬람프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한 번째 날푸시킨 공원의 다람쥐와다람쥐를 보려고 달려오는 아이들과배경이 되어주는 러시아계 어른들을 보다가오전이 다 갔다해가 지면 가을로 바뀌는 계절이해가 뜨면 다시 여름으로 익어이곳에 오면 먹어보라고 권한 아쉬람프를 만나려고 시장을 찾는다지도를 보고 짐작을 하고가다 보면 없다첫 직장도 그랬고 바랬던 여자도 그랬고지나가는 여인에게 시장을 물었다따라오라는 것 같았다길을 건너고 골목을 가로지르고꺾고 꺾어서 시장 입구시장 어디를 찾느냐고 묻는다그리고 다시금 앞서 간다또 길을 건너고 건너고좁은 골목까지 한 참컨테이너로 만든 시장 골목 안긴 의자 두 개 놓은 아쉬람프 가게들이막국수 같고 흰 묵밥 같고메밀국수 같은 것을 내어 민다데려다준 여인은사 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전대신 메뉴를 주문해 주곤인사도 없이 사라지고그렇게 나를 이끈 사람들이가정 파탄이 난 10대 이후수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오늘도 내 앞에서 묵묵히 걷고 있다그 사람을 생각하며두 그릇을 시켜 다 건져 먹고는대낮에도 추운 그늘에 앉아점퍼를 목까지 올리고 운다다시금 노을이 지고개와 늑대의 시간이 지나고아이들은 소를 몰아 집으로 들이고별이 하나둘 내려오고​300이곳에도 집이 – 키르기스스탄에서 삼백 번째 날들이 부르는 소리멀리 보면 꽃밭이고가까이 다가가면밀과 감자 마늘 등이 피어있다산이 90%가 넘고건조한 초원의 나라에도골짜기엔 물이 이어지고 길옆엔 밭도 있다밭과 밭 사이 경계엔 꽃들이 산다간간이 보랗고간간이 희다산이 올라가지 못한 소들은홀로 길가에 매여져낯선 이방인을사라질 때까지 본다눈 녹은 차가운 물이석회석 가루를 안고뿌옇게 흘러 호수로 간다말 탄 목동도 따라간다굴곡진 삶을 싫어해사는 곳도 평지를 선호했던 애인은이런 곳에 집을 지었으면따라왔으려나멀리 설산이 보이고빈터엔 담 없는 집들이 지어지고아이들은 풀꽃 사이를 오가며 놀다가좇아와 손을 잡는다돌아오다 보니길가에 물 자판기가 있다1ℓ에 3솜 그러니까 50원줄을 서서 5ℓ 물통에 물을 받는다삐끗한 허리를 참고 걸었더니별것 아니게 시작한 통증이 앉고 서기가 힘들다병원은 갈 엄두가 안 나고구글 지도로 마사지샵을 찾았더니7월 10일까지 휴가란다혹시 휴가 안 간 사람이 있냐고 물었더니내일 오란다휴양지 날씨는 변덕이 심하다고도가 높고 산이 가까워하루에도 계절이 여러 번 바뀐다창문을 조금 닫아둔다이런 곳에도 아는 사람이 살았으면 좋겠다여름 한 철 피곤한 몸을 감추고감자에 소금을 쳐서 먹으며별을 보고 잠들었으면299여름 한낮 – 키르기스스탄에서 이백아흔아홉 번째 날눈부셔 방에 갇혔다새도 날지 않고바람도 나무 그늘에 들어와 숨는창문만이 어렵사리 햇볕을 한쪽 어깨로 견디고 있다한 발짝만 다가가도골수까지 파고들어 올 빛이사방에서 집을 포위하고사정없이 착륙한다아군인 줄 알았으나때론 적군도 되는시간과 날씨인생에서작아진 눈을 더 조이고얻어진 주름으로 참호를 만들어방구석 진지에서항복할지 환영할지 고민한다해마다 찾아오는 여름인데이토록 눈부시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못 잊을 기억인가다가올 어느 때를 위함인가가까이 있으나 언제부터 멀어진 고무장갑을 벗고 옆에 두고도 멀었던 책 한 권을 집어 든다대위의 딸모든 것이 두렵고모든 것이 사랑스럽고모든 것이 아직이다밤이 오기까지​​299작은 이별 – 키르기스스탄에서 이백아흔아홉 번째 날비쉬켁에서 왔다던라보따 통신 일을 한다던두 명의 젊은 친구들이 오늘 다른 곳으로 떠났다그저 인사를 나누고몇 마디 궁금한 것을 묻고그게 전부인데그게 끝이구나언어가 달라서 말은 나누지 못해도며칠 새 정이 들었나자꾸만 손을 잡고잘 가라는 인사를 반복하고2층 베란다에 올라와먼 산 구름을 바라보며어젯밤부터 아픈 귀가한 달만 참아주기를주인 할머니가 닷새째 숙박비를 달라고 해서 보니먼저 정산 후 나흘밖에 안 되었는데하루 먼저 드리는 것으로돈에는 정이 없다옆집 널어놓은 빨래를한참 바라보다 보니같은 줄에 걸렸어도바지 하나만 자꾸 흔들리니머리를 감고오쉬에서 가르쳤던 자료를 정리하고시를 죄다 모아본다이걸 버리나 마나시도 아니고 일기도 아닌나 같은 모호한 이방 것들애초에 몰랐던 것그렇게 잊혀 갈 것들면도기 충전할 줄을 다른 짐에 싸 버려서수염을 만지며 논다다음 달 수당은 언제 들어오나​​박물관 그리고 호수 둑 – 키르기스스탄에서 이백아흔여덟 번째 날이곳 카라콜을 처음 발견한 여행자프르제발스키의 무덤도 있는 박물관이 있다고 해서116번 버스를 찾아 올랐다사람이 다 탈 때까지 한 삼십 분을 기다린다가다가 길에서 한 청년이 내리고한 5분을 기다리다가클랙슨을 울리니낚시용 미꾸라지를 사 가지고 온다한 2, 30분을 달리다 차가 멈추고이 사람 저 사람 뮤제이(박물관)를 외친다기사에게 미리 목적지를 보여준 것이효과가 있나 보다19세기 여행자 프르제발스키의 초상과 당시 그의 여행에 관한 여러 가지 자료가큰 공원 안에 시원한 바람을 맞고 있다아까 그 청년이 생각나호숫가를 찾았더니낚시꾼들이 있고한쪽에서는 수영하는 가족도 있다그늘에 앉아서 낚시 구경을 하다 보니추워서 햇볕에 나가멀리 알라토 천산을 보고그 위의 구름도 보고돌아오는 차를 기다리는데영어를 하는 여인이차를 태워준다 기아 쏘렌토다글로부스에 가니김치가 있다심 봤다한달살이 장소는 여기로 정했다감기 때문인지 귓속이 드문드문 욱신거린다마음이 몸에게 빈다아플 때만 저자세인 마음을알면서도 어쩌지 못하고​297빨래 그리고 – 키르기스스탄에서 이백아흔일곱 번째 날빤스 세 개 그리고 양말 세 켤레비누도 없이 물에만 헹궈서주인집 침대보 널어놓은 줄에도둑처럼 슬쩍 걸쳐 놓는다햇볕에 나가면 뜨겁고그늘에 숨어오래된 메시지나 뒤적거리다가뜬금없이 잘 있나 묻고방 안에 들어와 파리와 자리싸움을 한다누가 먼저 들어온 건지아까 왔을 때 너는 없었는데창밖 앵두나무에는이 나라 새가키르기스어로 자꾸만 뭐라고 한다누굴 응원하는 건지푸시킨 공원이 있다원어에 가깝게 읽으면 푸슈킨알렉산드르 세르게에비치 1799-1837기적 같은 순간을 기억한다는 구절이 적혀 있다Я помню чудное мгновеньеПередо мной явилась ты,Как мимолетное виденье,Как гений чистой красоты.나는 기적 같은 순간을 기억하네지나가는 환영(幻影)처럼미의 수호신처럼내 앞에 나타난 당신동상 옆 벤치에 누워기적같은 순간을 생각하는데한 여인이 다가와서 말을 붙인다아이가 위험하니 도와 달라고 가리키는 곳을 보니 아홉 살 여자애가 있는 쪽건물 위에 전시된 탱크 밑다섯 살 난 남자애가 쭈그려 있다허리가 아파 아이를 돌보지 못해저런 상황이 벌어졌다고고맙다고 하는데괜찮다는 말도 못 하고무탈하게 노을을 본다아이도 어머니도 무탈하고창밖 앵두나무도 무탈하고불어오는 바람에도​296제티 오구즈 – 키르기스스탄에서 이백아흔여섯 번째 날협곡 유르타 관광지 등에 가보면젊은 사람은 대부분이 러시아나 유럽인이다짧게 입고 삼삼오오 걷고지프나 자전거로 오는 사람도 있다한국 사람은 노인이 더 많다젊었을 때 열심히 일한 아쉬움으로이곳저곳 유명하다는 것을 많이도 보려고쉬지 않고 움직인다키르기스 사람은 적다자가용을 넘어서는 장소는 쉽게 가지 못한다가족끼리 모여 있다게스트하우스 주인 아들의 안내로실연 바위를 찾아갔다부모의 반대로 이루지 못한 사랑이갈라진 언덕 사이에 붉게 남아 있다점심을 먹으러 갔는데안내하는 처자가 한국어로 인사한다어디서 배웠냐고 물으니드라마에서 봤다고 한다서둘러 돌아와 Zoom을 여니세 명은 시간이 안 된다고 하고나머지는 감감무소식이다괜히 나만주인 아들의 말 중에유리 가가린 보리스 옐친마르코 폴로라는 말이 들린다찾아봐야겠다지니가 나타나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면귀국 준비는 하나도 안 하고 엉뚱한 공상만 하다 노을을 맞는다바람이 분다​295초원에서의 하루 – 키르기스스탄에서 이백아흔다섯 번째 날전기도 없고 당연히 휴대폰도 안되고그저 할 일은 하릴없이 있는 것삼삼오오 트래킹을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서기웃거리는 아침을 보낸다말젖으로 요플레를 만드는 것도그걸 경단처럼 말리는 것도 보고당나귀를 빌려 유르타 주변을 한 바퀴 돌면서강아지와 장난도 치고불도저 고치는 곳도 기웃창고를 짓는 곳도 기웃그러다 한 소년이 다가와 당나귀를 돈을 내고 더 타란다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있었는데관광객이 많은 곳이라 그런가돈은 마음보다 빠르다숙소로 돌아와 풍경을 읽는다해발 2,500이 넘는 산골이지만수시로 움직이는 것은설산에서 흘러내리는 물 그리고구름과 새바람보다도 먼저 구름보다도 먼저구름 그림자가 말 등을 훑고 지나가면커다란 눈이 한 번 끔뻑한다저들은 알까전기도 인터넷도 들어오지 않는 밤에혼자 아이들 사진을 보며슬픈 노래를 속으로 불렀다는 것을하필 휴대폰에 저장된 음악이대낮에 한 이별과 김준현 이은미의 녹턴손디아의 어른과 로이킴의 서울 이곳은그리고 영원한 건 없지만하루 더 있고 싶었는데토요일 학생들과 원격 수업이 있어서내려가는 차를 잡아탔다공중 부양까지하는 놀이기구인 줄잘 지내고 있냐는 학생의 문자에너희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순간정말 갈까​​293보이는 것보다 – 키르기스스탄에서 이백아흔세 번째 날가깝게 있다는 것은 자동차 사이드미러인데멀리 있다는 것은바다와 산이다두 시간쯤 걸으면 될 것 같은 곳이가도 가도 찻길이다덕분에 문 닫은 스키 대여점도 보고머리 길고 풍성한 소녀도 보고물을 하나 사서정류장에 앉았다가돌아오는 택시를 불렀다근처쯤 와서 더는 오지 않는다길거리 아무나 붙잡고 전화를 부탁한다표정과 손짓 그리고 얀덱스잔돈이 없어서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다 주어야 한다방에 오니 창밖 앵두나무 가지에아이들이 매달려 있다인사를 했더니 앵두를 한 움큼 가져다준다초코파이를 두 개 주고 화장실에 갔다 왔더니앵두가 자꾸 불어난다볼드 그만이라고 해도 자꾸만 커진다아이들이 떠난 나무에까마귀가 와 있다가먹구름이 다가온다그다음은 바람내일은 설산 가까이 가 보기로 한다빨래해서 널고맡겨둘 짐을 꾸린다비가 쏟아진다​294알튼 아라샨 가는 길 – 키르기스스탄에서 이백아흔네 번째 날말 위에서 고개를 막 넘어계곡 사이에 자리 잡은 초원 마을을 내려다보는 순간 다 잊었다얼마나 힘들게 올라왔는지게스트하우스에서 버스를 타고시장 터미널에서 다시 마슈르카로산으로 갈라진 찻길에서 함께 내린 것은어느 마른 일본인 여자의 몸보다 큰 배낭이었다처음 10분은 뜨거워서그리고 갈수록 올라가는 트래킹 코스옆에는 계속 죽이는 경치가 나타나지만이제 그렇게 잘 걷는 나이는 지났다15킬로의 산길을 앞에 놓고물도 떨어지고 먹을 것도 없고마침 하산하던 관광객에게에너지바를 굽신거리며 받았다4시간쯤 걸었을까아직도 7킬로가 남았다는 이정표이제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마침 올라오는 목동 둘과 아이 하나1,000솜으로 흥정을 하고말을 탔다무섭지 않았다 구름을 탄 기분가파른 산길로 길도 없이 간다급하게 점심을 사 먹고숙소를 구하고 들어가 잤다깨 보니 6시 엉덩이가 아프다28,000보가 넘었으니어두워가는 계곡에서 비는 내리고자다 깨어 보면 별이 총총하고다시 개면 또 비가 오고휴대폰 배터리는 줄어 가고설산 가까운 초원 계곡사람보다 소와 말이 더 친근한눈 녹은 물이 우렁찬유르타의 밤은 깊어간다+2장​292프셰발스크 (카라콜의 옛 이름) – 키르기스스탄에서 이백아흔두 번째 날가장 아름다운 곳에도가장 처참한 소식은 신속히 전달된다전쟁, 분쟁, 마약, 폭행빈부격차와 이상 기후혼자만 도망 온 것 같아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깨어보니 게스트하우스 할머니가 밥 먹으라 시늉한다혹시나 해서 내려가 보니러시아 청년 4명이 달걀 오므라이스를 먹는다밥은 주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통역의 실수인가보다아침저녁이 숙박비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 청년이 통역기를 들이댄다밥을 먹으며 휴대폰에서 삶의 아름다움이란 꽃과 같이 화려한 것이 아니라 떨어져 저 멀리 바다 위를 떠다니는 낙엽과도 같은 것이란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글을 읽는다한 사흘 비 예보다세 평 방안에 앉아서카라콜의 역사와 옛 이름인구와 특성에 대해 찾아 읽었다비가 뜸하길래 러시아 동방 정교회를 갔다여러 사진과 형상들이교회의 콘텐츠와 절의 양식을 합쳐 놓은 것 같다둥간 모스크도 갔다여타 모스크와 달리 사진 등이 많이 걸려 있다잠시 둥간족 아내를 얻었다는 비쉬켁 친구 생각을 하며민족과 종교가 저렇게 밀접할 수도 있구나 생각한다저녁을 18:00이라고 들어서느지막이 7시에 내려갔는데 아무도 없다7시 반에 가 보니 만두 6개다진 양념과 식초를 준다망설이다가 한국 김치를 꺼내주니한 청년은 너무 맵다고 하고한 청년은 땀을 흘리며웨리 웨리 굳이라고 한다모레까지 비 소식이다방 안에 가둔 자 없이 갇혀서앵두나무를 사모하는 새 소리를 위안 삼는다멀리 설산이 가까웠다 멀었다 한다잠이 오지 않아안톤 슈냑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찾아 읽는다대체로 가을도 아닌데대체로 세상이 가을인가​291카라콜 가는 길 – 키르기스스탄에서 이백아흔한 번째 날세게 달리면 피하지 못한 바람은 찢어지고 만다악셀을 밟는 세기와 비례하여찢어지는 소리는 깊고 크다비쉬켁에서 이식쿨의 동쪽 마을 카라콜까지380Km 대략 천 리 길을여섯 시간 동안바람을 헤치며 달리는 차 안에서 보았다찢어진 바람은 다시 저만치 날아가뜨거운 햇볕에 금방 흐물흐물해져어느새 다시 하나로 이어져커다란 호수를 감싸는 것을왼쪽에는 알라토 산맥오른쪽에는 눈 덮인 톈산이그사이에 너른 풀밭을 가득히 풀어내고톈산의 아랫도리는 푸른 물로 출렁인다그걸 보면서도아침 일찍 따라와 가격 흥정까지 해주신 게스트하우스 아주머니에 대한 고마움과700솜을 2,000솜으로 올린 운전사가 도착해서 더 달라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과김칫국물이 새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과촐폰아타를 지나며 손님이 나 혼자라서말도 못 건네는 나 때문에 혼자 담배만 피우며 운전하는 운전사에 대한 어색함과자꾸만 달라지는 들판의 풍경을 두고 가기 아까운 마음과아픈 엉덩이를 생각한다점심은 토크마크에서 태권도를 배웠다는 청년 아즈맛과치킨커틀릿을 감자 소스에 곁들여 먹었다태극기 스티커라도 가지고 올걸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니할머니 한 분이 보고 나오셔서2층 8호실 문을 열어주고어디론가 안 보인다창문을 여니 무성히 열린 앵두나무에작은 새 소리가 찬란하다가갑자기 까마귀가 한 마리 날아와깊은 저음으로 악 악 운다안 그래도 러시아말 키르기스어통 못 알아듣겠는데저 새는 뭐라고 하는 거지좀 알아듣게 말을 하지비쉬켁에서 싸 주신 김치랑 새우볶음을 반찬으로밥을 먹고남은 밥과 반찬은 1층 냉장고에 가져다 넣었다방은 동향이 좋다​290 230619비쉬켁의 밤 2 – 키르기스스탄에서 이백아흔 번째 날지나야 보인다고 했다오쉬에서의 이백팔십칠 일이 꿈처럼 고조출장샵 반복된다낯섦도 그리움도 그리고 아쉬움도햇살보다 더 뜨겁게전하지 못한 말을 노을에 붙인다저기 어디쯤 그대가 걷고 있겠지서둘러 버스를 탔을까목마르지는 않은지저녁이 되어서야 집을 나선다사람을 만나서 또 다른 사람을 알고같이 음식을 나누고같이 이야기를 나누고돌아오는 길은 또 멀다떠오르는 이름을 꽃처럼 부르면발걸음 옆에 바람이 지난다여기는 어디짐을 풀고 다시 싸고손빨래를 개어 넣고돈은 여러 주머니에 나누어 넣고이제 다시 떠날 때오늘을 접어 내일로 보낸다잘 받아 주길답장은 언제쯤 올까밥은 먹고 다니는지​289답장 – 키르기스스탄에서 이백여든아홉 번째 날밥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간간이 약도 먹었다오쉬의 아이들에게 보내는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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