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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eppi 작성일25-08-09 06:48 조회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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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축구 중계어플 태블릿 오늘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다. 올해 내가 가장 예상하지 못한 일은 단연 야구 입덕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엔 한 달 이른 시기지만, 야구 시즌은 끝난 만큼 올해 나의 야구 일기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던 사진들을 활용해서 평소 내 포스팅보다 사진이 많고 글은 적다.​​​​​​​20230420 이 야빠는 NC전에서 시작되어…​입덕 계기는 사진에 상술되어 있다.​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언니는 사촌 따라 잠실을 갔고 나는 언니 따라 잠실을 갔다! 언니가 거실에서 TV로 중계를 보는 걸 지나가면서 힐끔힐끔 보다가 이 날은 자리 잡고 봤는데, 꽤 재밌었다. 올해 엘지의 엔씨전 승률이 최악이었는데 이 날은 드물게도 이겼다. 그래서 더 재미를 느낀 모양이다. 왜 '이러다 입덕할 것 같다'는 예감은 항상 틀리지가 않는지. 하필 도태훈 사진을 찍어 올린 것도 공교롭다. 엔씨에서 가장 먼저 외운 응원가가 바로 도태훈이기 때문. 한 번 들어도 외울 수 있을 만큼 노래가 좋고 중독성 있다. 다이노스 도태훈 안타 오~ 오오오 오~ ​​​​​​​20230501 현장이 궁금해​카페 알바에 짤리고 단기알바를 찾던 중 잠실야구장 매표소 공고가 눈에 띄었다. 잠실 주경기장은 봉사차 가본 적이 있어도 그 옆에 있는 잠실야구장은 가본 적이 없었다. 간간이 중계를 보다 보니 현장의 분위기가 슬슬 궁금해진 시기였다. 놀랍게도 이때는 아직 야구 입덕부정기였다…… 현장 분위기를 느껴보자는 건전한 마음가짐으로 지원했는데, 운 좋게도 연락이 왔다. ​​​​​​​20230502 잠실야구장 매표소 알바 첫날​이 날은 스타벅스 슈크림라떼 시즌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트위터에서 유행이던 슈크림라떼를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먹어보고 싶었다. 단 걸 좋아하는 나는 하필 또 미루기의 왕이라서, 마지막 날까지도 슈크림라떼를 못 먹고 있었다. 매표소 알바에 떨어지면 스타벅스에서 슈크림라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계획을 했던 나는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고민에 빠졌다. 이걸 먹어, 말아?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생애 첫 사이렌오더까지 사용해서 스타벅스 아시아선수촌점에서 시켜 먹었다. 참고로 종합운동장역은 야구장 바로 앞에도 출구가 있는데, 이 스타벅스는 야구장과 정반대에 있다. 그 수고로움까지 감수하고 슈크림라떼 막차를 탔는데 맛은 그냥 그랬다! 이게 달다고 한 사람 다 나와! 맛도 실망스러웠는데 시간도 여유가 있지 않아서 뛰면서 먹어 치우느라고 더더욱 맛을 느끼지 못했다. 슬픔.​​​매표소 알바는 생각보다 쉬웠다. 포스기를 다룰 줄 몰라서 걱정했는데 포스기와 무관했다. 게다가 현장예매보다 발권 위주였다. 천천히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뒤에서 매니저님도 상시 상주했는데 그게 얼마나 든든하던지. 직관을 앞두고 손님들의 눈에서 반짝이는 설렘과 열정은 나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었다. 생기 넘치고 행복해 보였고, 나도 그렇게 열정적이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재미도 있었다. 매표소 오픈 전과 경기 시작 30분 이상이 지난 후부터 스몰토크를 하는데, 두산베어스 알바인데 매니저부터 일일알바까지 두산 팬이 아무도 없었다. 이때 같이 일한 알바분 중에 뮤지컬 팬 겸 키움 팬분이 기억난다. 수당이 짜다는 점만 빼면 참 재밌는 일이었다.​​​이따금씩 팬들이 지르는 함성이 매표소까지 들렸다. 거대하고 시원한 함성이 몸을 순식간에 옭아맸다가 한 순간에 사그라지는데, 사라진 자리에 소름이 남아 충격과 여운을 줬다.​​​​​​​20504 매표 알바 이모저모​둘째 날과 셋째 날엔 별일이 없었다. 하루는 5번출구에서 나온 순간 '총장과 함께하는 중앙대학교 단체관람'이라는 현수막과 마주하고 절망했다. 이래서 알바를 뽑았구나…… 알고 보니 중앙대학교 표는 제 1매표소 앞에 설치된 부스에서 배부했다. 우리는 원래 하던 일에, 중앙대학교 단체관람 구역을 현장예매로 원하는 분들에게 안내하는 말만 추가로 하면 됐다. 평소보다 혼잡하기만 했지 더 바쁘진 않았다.​​​하루는 한국말을 전혀 할 줄 모르는 외국인이 오셨는데, 그분이 원하는 구역마다 잔여 좌석이 없는 거다! 그야 당연하지. 그분이 고른 구역은 오렌지석이었다! 티켓팅 오픈하면 가장 먼저 팔리는 응원석을 현장예매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잘하지도 않는 영어로 다른 구역 결제를 유도하느라 진땀 뺐다. 내 영어 실력이 이토록 저질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 경험이기도 했다. 이 외국인 분 외에도 의외로 정말 많은 외국인이 직관을 왔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 한국 지인이 도와준 듯 한글이 써진 종이를 내미는 외국인, 예매에 꼭 필요한 말은 한국어 발음이 유창한데 다른 말은 한국어 발음이 서툰 외국인…… 해외여행도 간 적 없고 외국인과 교류한 적도 없는 내가 가장 외국인과 많이 대화한 날일 거다. 덕분에 제 축구 중계어플 태블릿 오늘 2외국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일본어 독학의 계기가 되었다.​​​유일한 컴플레인도 있었다. 우리 부모님보다 서너 살은 많아 보이는 부부였는데, 어머님이 자꾸 선물받은 티켓이 안 된다고 하셨던가?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해보시라고 안내를 해봤는데 다 꽝이었다. 직원이 뭣같이 안내해서 해결이 안 되는 거라고 판단하셨는지 아버님이 나한테 무섭도록 항의했다. 결국 매니저님이 나섰는데, 매니저님도 원인을 쉽게 찾지 못해서 시간이 좀 걸렸다. 알고 보니 어머님이 인터파크 계정을 두 개를 갖고 계시는데, A 계정으로 티켓을 선물 받으시고는 B 계정에서 티켓을 찾고 계셔서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20230506 우천취소​드디어 내 팀이 될지도 모르는 엘지트윈스와의 경기였다. 그런데 비가 왔다. 많이도 내렸다. 모두들 우천취소를 예상하면서도 매표소에 들어가 준비는 해야 했다. 컴플레인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한 좌천인지 구석진 제2매표소로 보직도 바뀌었다. 오히려 잘 된 일이었다. 여기가 더 분위기가 좋았다. 어차피 우취될 것 같으니 쉬다가 가면 된다고 하실 때부터 예감이 좋았는데, 그대로 덕톡이 이어졌다. 얘기를 들어보니 나 빼고 다 골수 뮤지컬 팬이었다. 온라인상에서 시각으로만 존재하던 단어를 육성으로 듣는 상황에 처하니 모르는 사이인데도 정말로 편안했다. 나는 뮤지컬을 하는 아이돌의 팬이라서 잠깐 대화에 낄 수 있었다. 뮤지컬을 본 적도 없고 나이대도 많이 다른 데다가 내 부족한 사회성 때문에 오래 대화하긴 무리였다. 하지만 무지무지 편안했다. 역시 나는 관심사가 맞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모두의 예상대로 우천취소가 됐다. 일당은 고작 한 시간 치. 그러나 나흘간의 짧은 알바를 통해 직관을 하고 싶단 마음은 더 커졌다. ​​​​​​​20230625 인생 첫 직관롯데전(좌) 승재 통역과 오스틴 (우) 경기 시작 전 파이팅 타임​점점 더 중계를 잘 챙겨 보다가 마침내 잠실로 첫 직관을 갔다. 사촌들, 언니와 함께 넷이서였다. 6·25전쟁 때문에 밀리터리 이벤트라고 선수들이 밀리터리 유니폼을 입었는데… 오…… 정말로 못생긴 유니폼이었다. 밀리터리 이벤트는 꾸준히 하는 모양이던데, 보니까 밀리터리 유니폼이라도 이전엔 다양한 색상을 사용한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간 날, 올해의 밀리터리 유니폼은 하필이면 진짜 군복 같은 초록색이었던 것이다. 뭐, 선수들 옷빨 보려고 야구 보는 거 아니니까.​​​이때 자리가 중앙 네이비였다. 비록 직관을 3번밖에 안 하긴 했지만, 3번 중에 파이팅 타임이 가장 잘 보인 곳이 바로 여기 중앙 네이비였다. 첫 직관에 정말 좋은 자리 같다.​​​이날 상대는 롯데. 응원이 정말 무서운 팀이었다. 응원가부터가 대체로 무겁고 웅장해서 뱃고동 소리를 연상케 한다. 가사에도 사투리를 그대로 써서 더 매력적이다. 다른 팀은 방망이를 휘두르라는 의미로 '날려버려'가 들어가는데, 롯데는 '쌔리라'였다. 쌔리라라는 표현은 처음 들었다.​​​야구에는 견제 응원이라고, 투수가 상대 팀의 주자를 견제할 때 상대 팀 팬들이 하는 응원이 있다. 우리 엘지는 어린아이 타이르는 것도 아니고 '떽!'이다. 김투수 떽! 김투수 떽! 김투수 떽! 앞으로 던져라! 반면 롯데는……​​​​마!!!​​​무서워서 눈물 흘릴 뻔 했다.​​​​​아직 주전 타자 말고는 선수를 잘 모를 때였는데, 내 사랑 이정용이 인생 첫 직관의 선발투수였구나…… 정용아 엘지 마운드를 지켜야지 왜 나라를 지킨다고 그러니…… 나는 아직도 통합우승 샴페인 파티 영상에서 당신이 추던 구찌춤이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어두워지니까 힘들긴 커녕 더 응원할 맛이 났다. 6월 말이라 무진장 더웠는데, 밤이 되니 오히려 좀 나았다. 이날 야구장 가는 길에 엘지트윈스 공홈에서 응원가를 다 들으면서 예습을 했는데도 현장에서 응원가를 부를 때는 한 박자씩 놓쳤다. 나중에 내가 야구장 가는 길에 미리 응원가를 예습했다고 하니 언니가 놀라더라. 자기는 그런 적 없다고. 현타를 느꼈다. 콘서트를 가는 마음가짐으로, 콘서트를 가는데 노래를 모르면 무슨 재미냐 싶어서 응원가를 들은 거였는데…… 이런 식으로 오타쿠를 증명당할 줄 몰랐다.​​​​​경기는 3대 7! 승리였다! 사촌들이랑 언니가, 자기들은 직관 승률이 안 좋은데 나보고 승리요정이라고 추켜세웠다. 뭘 또 승리요정까지야. 처음엔 민망했으나 인생 첫 직관이 승리라는 사실이 점점 특별하게만 느껴졌다. 야구장에 입장할 때 연간회원인 사촌오빠의 회원카드를 이용해서 무적수건을 조금 싸게 구매했었는데, 승리뽕에 흠뻑 취한 나머지 그 수건을 그대로 두르고 집까지 갔다.​​​​​술 아니고 승리에 취한 나의 모습.​​​​​​​20230721 두번째 직관쓱전​직관을 계기로 나는 본격적인 야빠가 되었다. 맨날맨날 중계를 챙겨보던 나날이 계속되다가 두 번째 직관일이 되었다. 멤버는 저번과 똑같이 사촌 둘에 우리 자매. 이번에는 외야였다. 원래 외야는 티켓이 더 싸고, 유공자 할인이나 어린이 할인 등 축구 중계어플 태블릿 오늘 이런저런 할인이 많다. 그런데 이때는 여름방학이라고 대학생 학생증 할인 이벤트도 해주어서, 무척 싼값에 직관을 할 수가 있었다. 문제라면 모든 인원이 학생증을 보여줘야 하는데, 나는 N수를 한다고 학생증을 발급조차 안 받았다. 하지만 나는 전혀 걱정이 없었다. 매표소 알바 경험 덕분에, 학생증 실물이 없더라도 학생임을 증빙할 수 있다면 오케이 해줄 거란 자신이 있었다. 티켓을 수령할 때 대학 홈페이지에 로그인해서 대학명, 전공명, 이름, 학번이 적힌 마이페이지 화면을 보여줬더니 결과는 당연히 통과.​​​​​외야는 생각보다도 훨씬 내야랑 멀었다. 내야에서 펼쳐지는 플레이가 다른 세상 일처럼 느껴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사촌오빠가 3열이라는 앞열로 잡아줘서, 우익수만큼은 가까이 보였다. 그리고 엘지트윈스의 우익수는 너무너무 잘해서 악마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홍창기! 내 유니폼 마킹 후보 1순위! 이날은 또 코카콜라 콜라보 유니폼을 착용한 날이어서, 코카콜라 홍창기의 뒷태만 실컷 보고 왔다.​​ ​이기고 있어서 신난 쓱팬들의 모습이다.​​​경기 중에 정확히 우리 구역으로 쓱 선수의 홈런이 날아왔다. 저 멀리 점으로 보이던 공이 2D에서 3D로 변하고, 저게…… 왜 이리로 오지……? 라는 멍청한 생각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가뜩이나 홈런을 맞아서 분위기가 초상이었는데, 홈런공을 잡겠다고 웬 아저씨가 홈런공에 머리를 맞은 예닐곱살 여자아이한테서 공을 뺏어간 바람에 애 아빠랑 싸움까지 났다. 그 모습을 보는데 참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애 아빠가 내가 매표소 알바할 때 내게 항의한 그분과 비슷하게 생기셔서 더더욱 마음이 그랬다. 결국 알바생이 싸움을 말렸다. 공 소유권은 누구에게 갔는지 모르겠지만 한참 후 그 여자아이는 머리에 얼음주머니를 대고 자리로 돌아왔다. ​​​6대 4로 경기도 졌다.​​​유쾌하지 못한 에피소드가 있긴 했지만, 노잼패는 아니었기 때문에 떼창으로 스트레스를 풀어 시원한 기분으로 집에 갔다.​​​​​​​20826 일희일비크트전, 기아전, 삼성전, 쓱전, 엔씨전​7월 26일 케이티전.​초박빙으로 연장전에 돌입해 12회까지 갔다. 뭔가 이길 것 같은 기분에 두근두근하며 아무것도 안하고 12회 말까지 꼼짝 않고 시청했는데, 결국 12회 말에 점수를 내주고 졌다. 올해 엘지는 참 엔씨 못지않게 케이티한테 약했다……​​​​​7월 28일.​미니게임천국에 야구선수 캐릭터가 있길래 대표 캐릭터로 삼아서 홍창기로 만들었다…… 반짝이 눈은 볼넷을 잘 본다는 의미로 달았다.​내가 창기소녀라니……​​​​​7월 30일.​홍창기랑 박해민한테 사랑에 빠져서는 이때부터 유니폼 염불을 외기 시작했다. 언니가 자기는 꼭 홈 유니폼에 박해민으로 마킹해야겠대서 나는 홍창기로 정했는데 놀랍게도 아직까지 둘 다 유니폼 안 샀다. 나는 내년 시즌에 꼭 살 건데 언니는 어떨런지 모르겠다.​​​​​8월 8일 기아전.​1회부터 5점, 2회엔 3점을 득점하는 미친 경기력을 보여줬는데 거센 장맛비로 우천 취소됐다. 경기 도중에 비가 내리면 우천 중단을 한 다음에 날씨나 그라운드 상태를 파악해서 경기 재개 또는 우천 취소를 결정하는데, 우천 중단이 됐을 때 친구한테 놀자고 전화가 왔다. 하지만 나는 이거 우천 취소되면 안된다고, 나는 끝까지 봐야겠다고 안 나갔다. 중간에 잠시 비가 잦아들면서 엘지팬들에게 희망을 줬지만 결국 다시 거세진 비로 우천취소됐다. 이때 홈런 친 선수는 홈런 기록도 날라가는 거라서 팬도 선수도 모두 아쉬워했던 경기였다. 이렇게 의젓하게 말하지만 당시 나는 너무너무 아까워서 우는 소리를 내며 데굴데굴 굴렀다.​​​​​8월 15일 삼성전인데, 어……​이날 많이 못했나 보다.​​​​​8월 19일 쓱전.​아무래도 11대 2로 대승을 거두면 선녀라는 말이 나올 만 하다.​​​​​직관 2번밖에 안 했으면서 직관 금단현상을 호소하는 8월 21일의 내 모습이다.​​​​​8월 26일 엔씨전.​N수 때문에 스트레스로 몸부림치다가 야구 할 시간 됐다고 스트레스 해소랍시고 야구 중계를 틀었다. 어차피 야구 볼 거면서, 궁색한 변명이 따로 없다. 그런데 이날 져서 더 스트레스가 쌓였다.​​​​​​​20230830 세번째 직관! …이어야 하는데?두산전​이번에도 역시 원래 가던 멤버로 티켓을 잡았다. 비가 내리긴 했지만 적게 내리는 편이라 약간의 불안감을 안고 집을 나섰는데 버스를 타려는 순간, 우천취소 소식이 알려졌다. 급히 연락을 해보니 다들 출발을 하긴 했지만 멀리 나오진 않은 상황이었다. 이대로 파하는 분위기였다. 아쉽긴 했지만 대세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일단은 집에 들어가서 단톡을 봐보니 가장 막내인 사촌동생이 집으로 가기 싫다고, 놀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중학생 사촌동생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성인 셋이 모였다.​​​중간 동네에서 만나서 감자탕을 먹고 나올 즈음이 7시였다. 비가 뚝 그치고 하늘이 아름답게 개어 있었다. 조금만 기다렸으면 경기 할 수 있었을 텐데! 이 멋진 하늘을 잠실야구장에서 봤어야 했는데! 다들 한스러워했다. ​​​​​볼링을 치고 포토이즘을 찍었다. 나는 축구 중계어플 태블릿 오늘 집에 들어갔을 때 무적수건을 두고 나왔는데 막내사촌은 우천취소 당시 가장 멀리 나와 있어서 집을 못 들린 바람에 모든 응원도구를 들고 있었다. 그래서 자동촬영 제한시간인 10초 동안 후다닥 응원도구 하나씩 꺼내서 들고 찍었다! 처음엔 사촌동생 혼자서 바꿔가면서 찍다가 언니가 우리 하나씩 쥐여주고 같이 찍으면 되지 않냐는 천재적인 아이디어를 냈다. 그래서 매 컷마다 응원도구가 하나씩 증식하는 포토이즘이 탄생했는데, 진짜 웃겼다. 이때 영상 보면 내 얼굴에 강냉이가 만개해 있다.​아, 이건 모자이크를 떼야 되는데… 진짜 행복하게 웃고 있는데……​​​​​​​20924한화전, 크트전, 쓱전, 기아전,​9월 3일 한화전.​불매라면서 착실하게 이틀 뒤 화요일 경기 중계 챙겨봤다.​​​​​9월 5일 케이티전.​방금 언급한 불매랍시고 챙겨본 바로 그 경기다. 우천취소 되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는데 안 했고, 이겼다. 장마철에 툭하면 우천취소를 많이 해서 장마 이후에는 심각성을 깨닫고 우취 잘 안 때리더라. 실제로 이날 경기는 이 이상 우천중단을 하면 우천취소를 한다는 관습이 있다고 하는데, 그 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우천중단을 지속하는 바람에 어디는 우취하고 어디는 우취 안 하냐고 잡음이 많았다. ​​​​​9월 12일 기아 삼성전.​엘지는 야구도 안하는데 정말 심심해서 야구 틀었다. 우리 팀 야구를 안한다고 남의 팀 야구를 틀다니. 비록 길게 보진 않았지만 내가 정말 야빠가 되긴 했구나 하고 새삼스러운 충격을 줬던 기억이다.​​​​​9월 17일 쓱전 더블헤더 2차전.​우리집 테이블은 분위기 넘쳤는데 화면 너머 엘지트윈스는 위기였다. 사진 속 상황은 3회 말 갓 시작했을 때였다. 다행히 딱! 3회 말부터 점수를 내기 시작하면서 5대 9로 이겼다. 더블헤더 스윕이었다.​참고로 저 와인은 내 입에 안 맞았다. 난 무진장 단 게 좋다. 골든버블 모스카토 같은 거.​​​​​9월 19일 기아전.​홈런을 두 방이나, 그것도 솔로홈런과 쓰리런을 때린 문보경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그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날 4대 3으로 이겼다. 그 말인 즉슨 문보경이 점수를 다 냈다는 소리다! 아구, 기특해! 어디서 이런 보물이 나왔을꼬!​​​잇지의 워너비는 문보경의 등장곡인데, 나는 이전에는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가 올해부터 문보경 때문에 듣기 시작했다. 2020년 발매라는데, 내겐 2023년 신곡인 셈이다.​​ ​9월 23일.​공부하는데 파이팅이 떨어져서 아무 생각 없이 응원가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봤다가 효과가 좋아서 놀랐다. 단점은 처음에만 파이팅이 생기지, 많이 들으면 야구장에 가고 싶어진다.​​​​​9월 24일 한화전.​홈런이 뻥뻥 터져서 아주 마음이 시원했던 경기였다. 그런데 4명이나 홈런을 친 거에 비해 점수는 적었다. 결과는 1 대 5 승. 아마 이 날 선발투수 상태도 별로 안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20230927 출국해도 야구는 포기 못하지크트전​추석 기념 나트랑 여행을 가려고 도착한 인천공항에서도 어김없이 야구 중계를 틀었다. 그런데 재생 불가가 떴다! 한국인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와이파이를 끄고 데이터로 바꾸니 중계가 참 잘 나왔다. 그래봤자 데이터도 별로 없고 출국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할 게 있다 보니 30분도 못 봤다. 심지어 이 날은 전날 우천취소로 갑작스럽게 결정된 더블헤더였는데, 첫 경기의 흐름도 못 보고 한국을 떴다. 10월 1일에 귀가한 후에야 결과를 알 수 있었다. 결과는 더블헤더 스윕.​해외에서는 네이버 중계가 막히는데, 그럼 나 야구 어떻게 보지? 걱정과 아쉬움을 담고 베트남으로 떠났는데, 패키지 일정이 너무 강행군이라 힘들어서 야구를 생각할 정신이 없었다.​​​​​​​20231001 귀국하자마자 야구 수혈아시안게임 대만전​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귀국한 날. 저가항공으로 새벽 비행기를 탔더니 수면의 질이 떨어져서 낮잠을 서너 시간, 너덧 시간은 잤다. 과수면으로 명징해진 머리로 공부가 아닌 아시안게임 야구를 봤다. 그런데! 축구가 시작하자! 모든 중계가 야구를 내쫓고 축구 중계를 시작했다! 아니, 하나라도 야구 보여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황망하게 있다가 스포티비 어플에서 야구 중계를 해준대서 태블릿에 급하게 스포티비를 깔았다. 그런데 그마저도 앱이 터져서 볼 수가 없었다!​우리 집 거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사진은 안 올렸지만… 복구된 후에 티비로 축구를, 태블릿으로 야구를, 핸드폰으로는 아이돌의 위버스 라이브를 봤다. 나도 삼중 멀티플레이는 난생 처음이었다.​​​​​​​20231003 정규시즌 우승​엘지트윈스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감동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올해 입덕해서 그런가 다른 팬들만큼의 벅차오름은 없었다. 하지만 정규시즌 우승 세레머니에서 오지환이 울 때는 울 뻔 했다.​​​​​​​20231007 아시안게임 결승대만전​친척집에서 모여서 저녁식사를 하며 다같이 경기를 봤다. 대만한테 4대 0으로 진 적이 있어서 걱정도 됐다. 하지만 전혀 걱정정할 필요가 없다는 듯, 우리 엘지트윈스의 자랑스러운 국가대표 문보경이가 적시타를 때렸다. 우리 엘지트윈스의 자랑스러운 축구 중계어플 태블릿 오늘 국가대표 마무리 투수 고우석이 마지막 투수로 올라가 땅볼 유도, 병살 처리로 금메달을 만들었다!​​​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글러브와 공을 패대기치며 달려나가는 문보경을 보며 끄아악 함성을 지르고 있는데, 누군가 리모콘을 잡고 축구 중계로 채널을 돌렸다. 여기도 결승이고 한일전이었다! 점수는 한 점 뒤지고 있는 상황. 상황파악을 하자마자, 야구에서 축구로 채널을 돌린지 불과 몇 초 만에, 우리나라의 동점골이 터졌다! 함성을 지르자마자 또 우와아악 질러버렸다.​​​​​​​21105 가을야구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가을야구부터는 정말 입시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점점 회차가 거듭될수록, 코리안시리즈, 그러니까 엘지트윈스한테 가까워질수록 참을 수가 없어졌다. 결국 플레이오프는 전 경기 중계를 챙겨봤다. 엔씨와 케이티 중 누가 올라올지 전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어느 한 쪽을 응원하다가도 이 팀이 올라오면 결국 우리랑 싸우잖아, 싶어 조용해지길 반복했다. ​​​​​​​20231103 무료라고?!​엔씨인가, 케이티인가?​상대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시점에서 엘지트윈스 마지막 연습경기, 자체 청백전 유관중 무료 티켓팅이 오픈됐다. 아무리 연습이라지만, 무료라니! 나의 아이돌팬 사고방식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야구판의 반응을 보니 여기에서도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닌 모양이었다. 연습경기라면 열기가 약할 게 뻔했지만, 무료라면 감안할 만 했다. 8월 말 경기가 우천취소되면서 마지막 직관은 7월, 4개월 이상이 지난 나였다. 야구장 현장의 열정과 정열과 신바람이 그리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인생에 재미난 게 없었다…… 결정적으로, 코리안시리즈 직관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결국 나는 티켓팅에 참전했다. 오렌지 옆을 잡아보겠다는 마음으로.​결과는 이미 공개되었지만, 오렌지 바로 우측 레드석 2열 연석. 대성공이었다!​​​​​​​20231104 마지막 직관엘지 대 트윈스​두 가지를 예상했다. 무료 경기라 사람이 엄청 많거나, 연습경기라 사람이 적을 거라고. 답은 둘 다 아니었다. 21년 만의 코리안시리즈, 29년 만의 우승을 앞둔 엘지 팬들은 미쳐 있었다. 평소엔 역에 도착해서 화장실에서 유니폼으로 갈아입거나, 지상에 올라와서 겉에 걸치거나, 야구장에 입장한 후에 입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엘지뿐이라 그런지 대합실이 온통 엘지였다. 여기도 유광, 저기도 유광. 홈, 원정, 서울 유니폼. 클래식 유니폼, 국가대표 유니폼, 잔망루피 유니폼, 무너 유니폼, 1993 스튜디오 콜라보 야구잠바, 빠더너스 콜라보 맨투맨, 빠더너스 콜라보 바람막이…… 모두 나는 가지지 못한 옷들이었다. 평범한 맨투맨을 입고 온 내 입장에선 모든 사람의 복장이 부러웠다.​​​​​이 순간! 야구장에 들어가 계단을 올라 하늘과 그라운드, 객석을 한눈에 담는 이 순간이 정말 설렌다!​​​​​레드석 204블럭 2열의 시야는 미친, 너무 좋았다. 지금까지 중앙네이비랑 외야밖에 안 앉아봐서 당연한 거겠지만, 선수들이 가장 가까이서 보였다. 육안으로도 이목구비가 대강 보인다니까! 헐, 저기 박동원! 누가 봐도 김현수다! 뭐야뭐야뭐야 박해민이야! 시작 전부터 그라운드에 나온 선수 맞추기를 하며 언니랑 호들갑을 떨었다. 204블럭이 비인기석이라던데,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 정면에 투명 난간이 있긴 한데, 시야가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1열에 아무도 앉지 않아서, 우리는 2열이었는데도 사실상 1열이었다. 넓게 자리를 쓸 수 있었다.​​​​​블로그로 미리 찾아보고 가서 알고 있긴 했지만, 응원단상이 정말 가까웠다. 그냥 레드석이라는 이름의 오렌지석이었다. 응원단장님도 아예 우리 레드석을 보고 응원할 때도 있었다. 너무나도 황홀했다…… 연습경기일지언정 준오렌지석을 경험해보다니…… 심지어 나는 응원단상에서 찍는 전광판 송출 카메라에도 한 번 잡혔다!​​​​​이날의 라인업! 엘지 여자팬들이 그렇게 염불을 외던 구본혁의 플레이를 난 이날 처음 봤다. 당연하다. 난 뉴비고 구본혁은 갓 제대했으니까. 비록 양쪽 다 엘지여도, 실전 감각을 위해서 원정팀 트윈스팀에게는 응원단에서 응원을 안했는데, 구본혁은 제대 후 첫 타석이라고 응원을 유도하더라. 구본혁! 구본혁! 연호에 구본혁이 꾸벅 인사를 하고는 안타를 쳤다. 2루타였나? 아무튼 뭔갈 쳤고, 잘 쳤다. 그래서 구본혁은 처음 본 날 바로 내 마음에 들어왔다. 내년 시즌 잘 부탁드립니다. 활약해주세요.​구본혁 타석은 1회 초 상황이 아니긴 했지만, 아무튼 1회 초가 끝나고 라인업송이 시작됐다. 내가 그토록 부르고 싶어서 죽을 것 같던 라인업송! 촬영 버튼을 누르고 라인업송을 열창했다. 크으, 이거야! 다 부르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뽕 찰 때, 반대로 뽕이 부족할 때, 졸릴 때 내가 촬영한 라인업송 영상을 보면 정말 힘이 난다.​​​공격도 엘지트윈스, 수비도 엘지트윈스다 보니 사람들이 아웃을 잡아도, 못 잡아도 다들 좋아했다. 정말 웃긴 경기였다.​​​​​박해민이 뭘 잘해가지고 무앰프 응원가 떼창을 했는데, 왜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뭐 하여튼 박해민은 항상 잘하니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박해민 응원가에 도대체 축구 중계어플 태블릿 오늘 무슨 짓을 한 건지 모르겠다. 얌전히 앉아 있다가도 벌떡 일어나 자동으로 손을 뱅글뱅글 돌리게 된다. 박해민 응원가엔 유난히 더 떼창도 큰 느낌이다. 박해민이 엘지 팬들을 단단히 홀려놨다. 제발 종신엘지해. ​​​​​​20231106 멸망! 코시 티켓팅​이렇게나 망한 티켓팅은 오랜만이었다!​1차전부터 5차전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티켓팅이 열렸는데 단 한 장도 잡지 못했다. 이게 말이 되나? 수원 원정 티켓팅은 도전하지 않고 잠실만 도전해서 3회차를 총 3시간 동안 티켓팅을 했는데 전부 수포로 돌아갔다. 사진은 1회차인데, 십몇만이던 대기번호를 40분 동안 기다려서 드디어 예매창에 접속했더니 마주한 상태가 저랬다. 마지막 5회차 때는 그나마 가장 앞 대기번호를 받아서 여기저기 급하게 자동배정을 눌러봤는데, 어김없이 실패였다. 얼마나 허탈하던지…… 취소표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전성기 시절 엑소를 좋아하던 초등, 중등 팬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20231107 코리안시리즈 1차전​대망의 코리안시리즈 첫 경기.​엘지트윈스는 오래 쉬면 방망이가 죽는 걸 올해 보기도 했고, 무료경기 때 상태를 보니 다들 썩 좋지 않아서 걱정이 많았다. 심지어 이날부터 갑자기 온도가 뚝 떨어져, 영하의 겨울 날씨가 됐다. 언니랑 나는 차라리 이 추위에 밤까지 바깥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경기를 안 봐도 돼서 다행이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응원소리가 역대급이었다. 무료 경기 때의 응원은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오죽하면 응원소리가 응원가 음원보다 한 박자 늦게 들렸다. 3루까지 엘지의 무적수건과 머플러가 만들어낸 노란 물결이 흔들렸다. 엘지가 21년 만에 코리안시리즈에 직행했다니까 한 10년 동안 야구를 안 보고 살던 아저씨들까지 총출동한 것 같았다. 그러니까 티켓이 없지!​삼중살을 할 때는 정말 이기는 줄 알았다. 엘지가 삼중살 하는 걸 처음 봤다! 정말 미친 거 아니냐고, 우리도 현장도 SNS도 아주 흥분의 도가니탕이었다. 설마 그 삼중살을 하고도 질 줄 누가 알았을까? 그런데 졌다.​​​​​​​20231108 코리안시리즈 2차전명경기​2차전을 보기에 앞서, 무신사에서 문자가 왔다. 1993 스튜디오와 엘지트윈스의 콜라보 이벤트, 1993 스튜디오 측에서 제작한 엘지트윈스 모자 당첨 안내였다. 처음부터 탐욕스럽게 당첨을 노리고 정성스럽게 장문의 댓글을 작성하긴 했지만 정말 먹힐 줄이야! 오전부터 기운이 좋았다.​​​​​정말 명경기였다.​선발투수 최원태가 초구부터 제구가 안되더니, 볼질의 향연이 펼쳐졌다. 왜 저래? 어? 정말 왜 저래! 볼이 하나씩 쌓일 때마다 집에서 비명을 질러댔다. 현장 반응은 도대체 얼마나 험악했을까? 결국 1회 초에 20구도 안 던지고 선발투수가 내려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야구를 안 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선발투수는 보통 5, 6회에 90구 내외를 던지고 내려간다. 7, 8회에 내려가면 그날 선발투수가 정말 잘한 거고, 4회에 내려도 일찍 내린 거다. 1회에 내린다는 건 선발 투수가 심각하게 못할 뿐만 아니라, 감독과 코치진의 빠른 판단이 더해진 결과다. 이날처럼 선발투수가 시작부터 상태가 안 좋아도 보통은 불펜이 몸 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2, 3회까지는 꾸역꾸역 던지게 한다. 그런데도 1회에 내린 것이다. 정말 중요한 경기니까. 작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의 플럿코를 보는 팬들 심정이 이랬을까…… 비록 본인이 못해서 강판되는 거지만, 강판되는 최원태를 보는 내 심정이 참 착잡했다.​야구는 홈 구장을 쓰는 팀이 후공을, 원정팀이 선공을 한다. 라인업송 역시 1회에 우리 팀 공격이 시작할 때 흘러나온다.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의 이름을 연호하고, 마지막으로 선발 투수의 이름을 연호한다. 이날은 우리의 홈인 잠실야구장이라 후공이었는데, 최원태는 라인업송도 부르기 전에 내려간 셈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라인업송의 투수 이름을 과연 '선발 투수 최원태'로 할지, '구원 투수 이정용'으로 할지, 혹시 '선발 투수 이정용'으로 할지 궁금했다.​첫 번째 불펜은 믿음직스러운 이정용. 올해 선발투수로 전환했지만 코리안시리즈 엔트리에서는 롱릴리프로 승선했다. 정규시즌에 선발로 출전한 투수가 불펜으로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하지만 덜 풀린 몸과, 꽉꽉 쌓여있던 주자를 이기지 못하고 1회에만 케이티가 4점을 득점했다. 암담한 내 눈 앞으로 김진성, 백승현, 유영찬, 함덕주가 착착 호투를 하고 사라졌다. 다들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우리 투수들이 미치게 잘생겨 보였다. 타자들도 질세라 틈틈이 점수를 냈다. 오지환의 뜬금 솔로포와 여름까지 홈런쇼 무한제공을 보여주고 침묵에 들어갔던 박동원의 부활을 알리는 참치 제철 역전 투런포가 터졌을 땐 소리를 질렀다. 이겼다!​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손에서 땀이 났다. 엘지 불펜의 저력을 보여준 명경기였다.​​​​​​​20231110 코리안시리즈 3차전미친 경기​9일은 잠실에서 수원으로 이동하는 이동일이라 10일에 3차전이 열렸다. 그러나 2차전의 도파민이 상당해서 축구 중계어플 태블릿 오늘 2차전의 여운이 9일 하루종일 이어졌다. 이제 좀 진정이 되려고 하니 3차전이 시작됐다. 분명 어제는 쉬었는데도 연이어 경기를 하는 것 같았다. 아마 다른 엘지트윈스 팬들도 그랬을 것이다. 고양감에 취해, 오늘도 당연히 이길 것 같다는 느낌을 안고.​경기는 아주아주 어렵게 흘러갔다. 쓰리런을 쳤더니 상대가 따라오고, 투런을 쳤더니 상대가 또 따라왔다. 엎치락뒤치락,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이런 경기가 직관할 때 가장 재밌다. 설령 진다 해도 말이다. 균형은 엘지트윈스에서 깨뜨렸다. 안 좋은 의미로, 와장창 깨버렸다. 우리 엘지트윈스의 주장, 순혈 엘지맨, 리그 최고의 유격수 오지환이 어처구니 없는 실책을 범한 것이다. 하필 그 실책을 계기로 상대가 분위기를 타면서 또 다시 역전을 당했다. 8회 말의 일이었다.​5대 7로 시작한 9회 초. 동점을 만들지 못하면 그대로 경기 끝, 1승 2패가 된다. 7전 4선승제로 운영되는 코리안시리즈에선 2승 선점이 키포인트였다. 이긴 팀은 그대로 승기를 잡고 우승까지 순항할 가능성이 농후했다.​선두타자 홍창기,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시작이 좋았다.​2번 타자 박해민, 플라이 아웃. 코리안시리즈 내내 좋은 성적을 보여준 박해민이라 아쉬웠지만 아직은 괜찮았다.​3번 타자 김현수, 선두 타자 홍창기가 아웃되고 본인은 출루했다. 발 빠른 선두타자 홍창기가 죽다니, 느낌이 좋지 않았다. 1점이라도 따라간 상태라면 모를까, 1점도 내지 못한 상황에서 투아웃이라니.​4번 타자가 오스틴이라서 더더욱 끝났다고 생각했다. 정규시즌에서 본 오스틴은 열정도 야망도 욕심도 많았다. 홈런을 친 날이면 다음 타석에서도 또 홈런을 치고 싶은지 공을 신중하게 고르지 않고 배트를 크게 휘두를 때가 많았다. 심지어 이날은 쓰리런을 친 데다가, 코리안시리즈 9회말 2사 1루 2점차라는 중요한 상황이니만큼 더더욱 욕심을 부릴 거라고 생각했다. 반 포기 상태로 중계를 바라봤다. 하지만 오스틴은 침착하게 공을 골랐다. 7구나 되는 승부 끝에 오스틴은 기어코 볼넷으로 걸어 나갔다.​5번 타자는 치명적인 실책의 주인공, 오지환이었다. 여전히 나는 반 포기 상태였다. 오지환은 올해 타석에서 아주 좋은 모습을 보이진 않았던 것이다. 타석에 들어온 오지환의 눈빛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 눈빛의 의미가 나는 욕심이라고 생각했다.​​​​스포츠 영상의 모든 것, 네이버 스포츠와 함께 하세요​오지환은 보란 듯이 쓰리런을 쏘아 올렸다.​​​케이티 투수는 마운드에 주저앉고 나는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짐승처럼 함성을 질렀다. 오지환을 못 믿은 내가 미친놈이었다. 1년차 팬이 뭘 알아! 속죄의 의미로 무릎을 꿇었다.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이게 야구다, 이게 야구야. 감격에 겨워 제정신이 아니었다. 화면 속에서 들리는 현장의 아파트 떼창을 따라 불렀다. 으쌰라 으쌰! 으쌰라 으쌰! 소설도 이렇게 쓰면 너무 극적이고 개연성이 없다고 합평할 때 물어뜯긴다. 하지만 오지환의 집념은 그 무엇보다 현실이었다.​​​기적적으로 탄생한 9회 말. 9회 말이 없을지도 모를 불투명한 경기였는데 이제 틀어막기만 하면 되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입장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마무리 투수 고우석의 상태가 안 좋았다.​악몽의 볼질이 시작된 것이다. ​스트라이크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볼이 대부분이었다. 몸에 맞는 공을 던졌을 땐 몸속의 피가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좌익수 문성주가 평소엔 잡았을 공을 놓쳤을 때는 기절할 것 같았다. 결국 고우석은 40구라는 어마어마한 투구수를 달성하고 내려갔다. 오랫동안 몸을 풀던 이정용이 1사 1, 2루 상황에서 올라왔다. 선발투수이자 롱릴리프이자 마무리 투수 이정용…… 어떻게든 고우석으로 끝내려고 감독과 코치진이 오랫동안 아껴두다 하는 수 없이 이정용을 올린 게 보였다. 그래서 이정용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이제 끝났구나! 하필 이정용 상대로 첫 타자가 가을야구 내내 미친 활약을 보여준 배정대이긴 했지만, 이정용은 잘해낼 거라고 생각했다.​이정용은 초구부터 폭투를 던졌다.​투수가 공을 잘못 던져서 포수가 잡지 못하고 뒤로 빠졌다는 소리다. 그 사이에 주자들은 진루할 수가 있다. 두 주자 다 한 베이스씩 진루해서 2, 3루 상황이 됐다. 내 수명이 팍팍 깎이는 게 느껴졌다. 결국 배정대는 고의사구가 됐다. 다음 타자랑 승부를 보겠다고 수비 팀에서 지금 타자를 자동으로 출루시키는 상황을 말한다. 이로써 만루 상황이 됐다. 1아웃 상황이었으니 병살, 한 번에 두 번의 아웃을 잡겠다는 소리였다. 연장이 아니라 당장 승부를 보겠다고?! 경기가 끝나기 전에 내가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초구는 다행히 스트라이크였다.​타자는 2구를 쳤다. 공은 바운드되며 투수의 정면으로 향했다. 이정용의 손을 떠난 공이 포수 박동원의 글러브로 들어갔다. 홈은 아웃됐다. 방향을 바꾼 박동원이 1루로 공을 발사했다. 공은 달려가는 타자의 뒤를 축구 중계어플 태블릿 오늘 추격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타자를 추월했다. 분명 3루수였는데 어느 순간 1루수로 바뀐 문보경이 베이스를 밟고 공을 잡았다! ​​​​으악!!!​​​​​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온 선수들이 서로를 얼싸안고, 난리도 아니었다. 우승 세레머니 같았다. 나 역시 우승한 기분애 휩싸였다. 이 어마어마한 경기를 이기다니.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니……​약 4시간 10분간의 경기가 끝나고, 자려고 누웠는데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한참 동안 경기 하이라이트와 현장에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새벽 늦게서야 잠들었다.​이날 오지환의 쓰리런과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지금까지 얼마나 모르겠다. 수천 번?​​​​​​​20231111 코리안시리즈 4차전대승​2차전의 명경기와 3차전의 미친 경기의 여운으로 우승을 예감하고 있었다. 4차전은 쐐기를 꽂는 경기였다. 초반부터 점수가 너무 크게 벌어졌다. 당연히 우리 엘지트윈스의 득점으로 말이다. 두자릿수 득점은 정규시즌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점수였다. 경기를 안 봐도 될 것 같았다. 이번 코리안시리즈에서 한 번도 안 쓴 이우찬과 최동환이 올라와도 심적으로 여유로웠다. 마무리 투수로 최원태가 올라와, 여전히 볼질을 하고 점수를 내주어도 파이팅만 하게 됐다. 원태야! 쓰리아웃만 잡으면 된다! 힘내!​이게 다 15점을 득점한 덕분이다. 내 인성은 득점지원으로부터 온다……​​​​​​​20231113 역사적인 날​전국의 모든 엘지팬이 우승을 예감한 날. 코리안시리즈 5차전.​예상대로 엘지는 우승을 했다. 29년 만이었다. 불펜 투수들의 호투가 빛났던 2차전이나 드라마 같았던 3차전, 점수가 폭발했던 4차전에 비하면 그렇게 치열한 경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29년 만의 우승인데, 팬들 피를 말린 끝에 우승을 하면 그건 또 도리가 아니지 않은가. 2 대 6으로 경기 내용을 리드해서 우승한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엘린이 출신 고우석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2002년 마지막 코리안시리즈에서의 패배를 보고 울었던 엘린이 임찬규가 덕아웃에서 가장 먼저 달려나와 함박웃음을 지으며 고우석을 끌어안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매 경기를 이길 때마다 마운드에서 선보이던 내야 세레머니를 모든 선수가 함께 하는 모습이 뭉클했다. 1회 초 강판 후로 내내 죽상이다가 마침내 활짝 웃는 최원태가 스쳐 지나가고, 입단 동기 최동환의 품에 안긴 오지환이 엉엉 우는 모습을 보니 나도 울 것 같았다. 눈시울이 잠깐 뜨거워졌지만 잘 참았다. 중계 카메라가 잡아주는 모든 관객이 훌쩍거리고 있었다. 이 순간 모두가 같은 마음을 공유하는 것만 같았다.​시상대를 준비하면서 우승의 순간, 덕아웃에서 달려나와 서로를 끌어안는 선수들을 다시 보여주는데 맙소사. 활짝 웃는 줄만 알았던 임찬규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추운 날 뜨거운 눈물을 흘리자더니, 아아 낭만찬규야…… 이번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고우석도 장인 이종범의 토닥임을 받으며 울었더라. 나를 환장하게 하는 이 엘린이 출신들아……​​​​​​​20231114 내년도 엘지​우승의 여운이 활활 타오르는 다음 날, 무신사에서 당첨된 1993 스튜디오의 엘지트윈스 모자가 도착했다. 빨간색 옷을 잘 입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웬걸? 색감이 아주 예뻐서 만족스럽다. 평상시해도 캐주얼하게, 포인트 컬러로 써도 될 것 같다! 아직 쓰고 외출한 적은 없는데, 내년에 서울 유니폼을 사서 이 모자를 함께 쓰고 직관하고 싶다.​​​​​네이버 마이티켓 기록이 6월부터 뜨문뜨문 있고, 8월부터 촘촘해진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감상한 경기는 최소 80경기는 될 것이다. 그에 비해 직관 기록은 턱없이 적다. 나보다 한두 달 늦게 갑자기 두산베어스에 입덕한 친구가 있는데, 걔는 유니폼도 바로 사고 출퇴근길도 다니고 학교 끝나자마자 야구장 가고 혼자서 직관도 하고 실컷 잠실을 다녔다. 내 워너비다. 나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N수 때문에 운신이 자유롭질 못했다. N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서 원하는 대로 살아보고 싶다. 물론 그 '원하는 것' 안에 야구 직관이 있는 건 당연하다.​내가 엘지트윈스를 불신할 때도 엘지트윈스는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야구 외적으로, 정신적으로도 얻은 교훈이 많다. 예를 들자면 9회 초 투아웃 상황에서 역전 홈런을 때리는 오지환의 집념, 꿈꾸던 자리에서 꿈꾸던 우승을 달성한 임찬규의 낭만, 아무리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정도를 지키는 박해민의 예의, '나는 주인공이 아니어도 된다'라고 말하는 정주현의 팀을 위한 헌신 등…… 가을에 ;이라는 책을 읽었다.우울을 이기는 방법 중 하나로 '스포츠 팀 응원하기'를 제시했더라. 소속될 집단을 만들어주고, 게임에서 승리하면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며, 게임에서 져도 함께할 동지들과 다음에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따르려고 엘지트윈스를 응원한 건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따랐고, 어느새 나는 성숙해져 있었다.​​​야구와 함께한 올 한 해는 정말 즐거웠다. 성숙이 아니라 숙성이 되는 나이까지 인생에 야구를 재미있게 더하고 싶다.​​​그전에 오늘 밤 유퀴즈에 오지환 축구 중계어플 태블릿 오늘 임찬규 나오는 것부터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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