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있는데 뭔가 어설프고 느린 노 웨이 아웃 더 룰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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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Fella 작성일24-11-21 08:33 조회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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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룰렛 영화 ;입니다. 조진웅, 이광수, 유재명, 김무열, 염정아, 성유빈, 김성철, 허동원, 현봉식 등 화려한 면면들이 이름을 올렸고, 대만 배우 허광한의 한국 드라마 데뷔작으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죠. 지난 7월 31일부터 공개되어 8부작으로 막을 내렸구요. 어느 날 시작된 정체를 알 수 없는 인터넷 방송. 룰렛을 돌려 타겟과 현상금, 처리 방식이 결정되면 그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전 국민이 사냥에 나설 수 있는 일종의 사적 현상 수배입니다. 그러던 중 다음 타겟으로 갓 출소한 희대의 흉악범 김국호가 지목되죠. 그의 목에 무려 200억 원의 현상금이 걸린 순간, 죽이려는 자와 살아남으려는 자의 핏빛 대결이 시작됩니다. 소재만 놓고 보면 할리우드에서 룰렛 2000년대, 2010년대까지 한창 유행했던 B급 영화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돈이면 다 하는 캐릭터들을 잔뜩 데려다 놓고는 그걸 지켜보는 어둠 속의 대중을 비판하는 듯 마는 듯, 결국엔 자극성만을 추구했던 많은 영화들이 지나가죠. 이제는 그것이 판과 러닝타임을 키워 OTT 시리즈로 넘어왔고, 호흡이 길어지면서 최소한 담을 수 있는 메시지도 예전보다는 많아졌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기본적으로 초반의 흡인력으로 호기심을 동하게 하기 딱 좋습니다. 유튜브 요약본들이 말같지도 않은 썸네일과 제목을 갖다붙여 모르는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하기는 정말 좋죠. 하지만 그렇게 가져다 모은 이목을 유지하게 만들 내실을 증명해야 하는 순간엔 뒤를 약속할 수 없는 더 많은 자극들을 이어붙이다가 끝에는 무너지고 룰렛 맙니다. 애석하게도 ;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흉악한 범죄자들의 리스트와 온갖 잔혹한 처벌법, 그리고 포상금을 랜덤으로 조합하여 사람들에게 최고의 오락거리를 선사하는 의인이 나타났습니다. 사회에 혼란이 야기되는 것은 당연한 와중, 그것을 쫓고 잡아야 하는 형사가 돈 때문에 거기에 엮여 이도저도 하지 못하는 그림에서 출발합니다. 뒤로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너무나도 궁금하죠. 당연히 선과 악의 대립이 중심 뼈대가 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잡으려는 자와 잡히지 않으려는 자의 대립이 주가 되어야 할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은 엉뚱하게도 형사는 잡는 데에 관심이 없고, 범인은 잡히지 않는 데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접근법을 신선한 것으로 포장하는 시도도 하지 않습니다. 룰렛 정확히는 그냥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죠. 극의 중심은 형사 백중식도, 룰렛을 돌리는 가면 속 인물도 아닌 범죄자 김국호입니다. 흉악한 범죄자의 마인드와 뻔뻔함으로 무장한 채, 자신은 형을 다 살고 나왔으니 이제 사람답게 살 자격이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 인물이죠. 그런 그의 주변에는 그의 범죄 행각으로 평생을 고통받은 아내와 아들, 200억의 현상금 때문에 접근한 변호사, 그의 출소 탓에 골머리를 앓는 시장 등 다양한 관계의 인물들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은 이들의 얽히고 설킨 관계도를 복잡하게 풀어나가는 작품도 아닙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특정 인물이 활약할 기회를 주고, 그 인물의 이야기가 지나가면 분명 직전까지는 그의 가족이나 최측근 등으로 긴밀하게 룰렛 기능하던 캐릭터임에도 다음 사람으로 초점이 넘어가 버리죠. 때문에 그냥 따라가다 보면 도대체 이게 인물 중심의 전개인지 사건 중심의 전개인지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어정쩡함의 정점은 다름아닌 포스터 한가운데를 차지한 조진웅의 백중식입니다. 누가 보아도 김국호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각본이지만, 정작 각본이 중심에 두고 싶어 하는 것은 백중식과 그가 우연히 발견한 윤창재의 10억입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김국호와 이상봉, 안명자, 서동하, 미스터 스마일, 성준우 등 그 어떤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와도 무관합니다. 다시 말해 대놓고 주인공이라고 밀어주는 캐릭터와 그의 이야기를 통째로 덜어내도 정작 흘러가는 줄거리에는 딱히 영향이 없다는 겁니다. 8부작 구성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지만, 최소한 주인공이 누군지 헷갈릴 룰렛 정도로 짧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백중식의 이야기에서 김국호는 10억이 오가는 미끼 정도에 불과한데, 밖에서는 그 미끼에 200억을 책정해 이야기를 굴리면 판 자체가 말이 될 수가 없죠. 그래서 백중식이 등장하는 모든 장면엔 설득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데, 그럼에도 ;은 백중식을 어떻게든 주인공 자리에서 내려놓지 않으려 억지 연결고리를 계속해서 형성합니다. 최후반부로 가면 김국호 이야기를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어쨌건 법과 정의를 믿는 형사 캐릭터가 필요하고, 각본이 그 자리에 들어갈 형사로 갖고 있는 인물은 백중식뿐이라 스포트라이트를 넘겨주는 격입니다. 애초에 후반부까지 가는 것도 너무나 힘겹습니다. 비유하자면 뛰어가거나 적어도 걸어갈 수 있는 곳을 어떻게든 힘들게 가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일부러 룰렛 기어가는 것처럼 보이죠. 칼로 찌르고 총으로 쏴도 죽지 않는 인물들로, 오로지 이 사람들이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에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모습을 그냥 그렇다고 받아들이며 보아야 합니다. 액션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엄청난 두뇌 싸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질긴 생명력 등을 바탕으로 한 충격적인 전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보여주고 싶은 그림과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 그리고 거기에 필요한 인물들을 처음부터 정해 둔 채 그 많은 인물과 사건을 그저 짜맞추기에 급급합니다. 거기에 도달해서 자신이 목표로 한 것을 완성하기만 한다면 그 과정이 모두 용서받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죠. 분명 목숨들이 오가는 현장 한가운데에 있는데도 긴장감을 유발하는 룰렛 구석이 없습니다. 가면 속 인물의 정체가 궁금하지도 않고, 김국호가 죽든 살든 알 바가 아니고, 백중식이 10억을 얻든 말든 딱히 상관이 없습니다. 최후반부의 갑작스러운 연설처럼 법과 정의를 논하기에는 여기 등장인물들 그 누구도 그럴 자격을 딱히 갖추지 못했습니다. 그럴 만한 인물들은 모두 죽거나 다쳐 사라진 지 오래죠. 뒤돌아 보면 200억 원과 국가적 혼돈 상황이 엮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허술할 수가 없습니다. '돈만 주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목표물을 어떻게든 처리해주는 킬러'처럼 놀라울 정도로 편의적인 설정을 아무 설명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극의 중반부에 갑작스러운 조연으로 끌고 들어오는 대범함도 알아 주어야 하겠구요. 여기의 누구도 200억이나 10억은커녕 룰렛 10원도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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